박 경 조

듬성듬성 핀 개오동,

꽃그늘마저

배 고프던

신천 굽이굽이

육이오정착촌, 일본군 80연대,

캠프 헨리에 이른

엇박자의 역사 맥 짚어온 봉덕시장

가보시라

맨땅의 거기

언 병아리 같은 자식 여럿 뜨겁게 키

워낸

상주 전통 손 유과집 어무이 사신다

돌아보면

남루하게 펄럭이는 청춘의 편린만

장터에 떠돌 뿐

정직한 손맛조차

길 건너 대형마트

그 도도한 구색 틈에

진열될 일 만무한데

시 속에 불행했던 우리의 역사가 스려 있다. 봉덕시장 유과집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굴절의 시대상을 그대로 안고 있는 가게다. 어려운 시대를 건너며 언 병아리 같은 자식 여럿 키워낸 동력은 유과집 뿐 아니라 이 땅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다. 길 건너 대형마트 자본의 횡포에 떠밀리면서도 당당하게 자기를 지키며 힘겨운 세상을 건너가는 이 땅의 자랑스런 민초들이 있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