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 리

집 안의 틈 모두 막아내다가 생고무 같던 어머니의 막이 너덜해졌다. 모로 누운 저 축축한 잠이 가파르고, 아무도 막아주지 못한 생애의 저음부, 수고는 꼭 따뜻하게 되돌아오는 것만은 아니다 어머니 숨어 기저귀 차다가 화들짝 놀란다나, 저 물컹한 자리 닿지 않았음 좋겠다 짓무른 아랫도리처럼 눈가가 불그레한 어머니, 혼자 오래 젖는다

한 생을 그저 정성과 사랑으로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고 자신의 생이 별로 없었던 늙으신 어머니 생의 저음부를 느끼며 시인은 그 거룩하고 숭엄한 시간들을 느끼고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들의 삶이 저러하지 않았을까. 숨어서 기저귀를 차다가 화들짝 놀라시는 어머니, 본능적인 여성성은 눈가를 불그레하게 물들이게 하며 가만히 미소짓게 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