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권주자 릴레이 분석
(3)김관용 경북지사

2017년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조기대선 성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에 따라 대선의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180일 이내 탄핵을 인용한다면 `벚꽃 대선`이 현실화 된다. 더구나 대구·경북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있는 보수여당인 새누리당이 26년 만에 분열되면서 4당 체제로 바뀌었다. 경북매일신문은 2017년 대선 정국을 맞이해 대구·경북 대선 주자들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유승민·김부겸 의원에 이어 세 번째로 김관용 경북지사의 대선경쟁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시장·도지사 `풍부한 경험` 바닥민심 아우를 장점으로…
새누리 지지층 결집 활동에 힘 쏟아부으며 勢 확장 나서

◇흙수저 출신 공무원에서 3선도지사로

김관용 경북지사는 요즘 말로 대표적인`흙수저`로 태어났다. 워낙 가난했던데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친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모친이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던 가난 속에서 자랐다.

김 지사는 “하도 배가 고파 술도가의 술지게미를 한 움큼 집어먹고 학교에 갔다가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선생님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았던 기억,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우리 집안 형편을 안타까워하던 이웃에서 나를 꼴머슴으로 달라고 했을 때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대학에 가는 게 꿈이었지만 형편이 안 돼서 가지를 못했고 가난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취직이 확실한 사범학교로 갔다. 19살에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갔는데, 출세했다고 동네 자랑이 대단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생활이 의미있고 보람도 컸지만 또 다른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늘 있었다. 그래서 영남대학교 야간대학에 입학하여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밤에는 학생으로 구미에서 대구까지 열차를 타고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현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정책입안 같은 큰 일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좋겠다 싶어 고시공부를 했고 교사생활 10년만인 나이 서른에 합격했다.

공직에 입문한 후에는 병무청, 국세청, 청와대를 거치면서 국가운영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가야하는지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특히, 구미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고향 발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친구들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95년 초대 민선 구미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했다. 2005년 민선4기 경북도지사에 도전했을 때는 치열한 당내경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 후보로 당당히 뽑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3등이었지만, 구미시장으로 일한 성적표를 갖고서 꾸준히 도민들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그 이후 중앙 정치권의 유혹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지방의 사정을 잘 아니까 떠날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도지사 3선에 이르렀다.

◇다양한 행정 경험 등이 경쟁력

“저처럼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서 병무청, 국세청, 청와대를 거쳐서 민선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 본 분들도 많지는 않을 겁니다. 또 20여 년을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다 보니, 소통의 방법을 알겠더라고요. 정치기술은 좀 모자라도 진정성이 있고 바닥 민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민선 지자체장으로서 20여 년을 우직하게 봉사해 온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대권도전의 꿈을 시사하면서 밝힌 자신의 경쟁력이다. 그의 다양한 행정경험과 민선 6선의 경륜은 정치지도자로서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다. 그는 공무원으로서 행정경험을 쌓았고, 3선 구미시장에 이어 3선 경북도지사로서 대구·경북 현장을 지켜왔다. 도정과 국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인구도 전국 6위의 규모이니 작은 국가나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주지사가 대선에 나서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선 6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경륜을 쌓은 김 지사의 경쟁력은 중앙정치인과 비교해서도 흠잡을 데 없다.

또한 김 지사는 `흙수저`로 태어나 3선 구미시장에 이어 쉼 없이 3선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감동적인 스토리가 넉넉하다.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 돌풍을 불러올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지사 측의 설명이다.
◇낮은 인지도·열악한 당내 기반 극복과제

하지만 김 지사는 아직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일반 국민들에게는 대권후보로서 그리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과 중앙정치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게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그래서 김 지사 측은 일단 대권 도전보다 보수층의 집결이 우선임을 앞세우며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활동에 힘을 쏟아왔다. 얼마전 새누리당 분당과정에서 보수당의 분열을 막기위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공동대표로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또 낮은 인지도 극복을 위해 김 지사의 대권도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경북도청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 시점을 전후해 김 지사를 지지하는 `용포럼`(사이트는 젊음을 상징하는 `YOUNG 포럼`)과 `미래보수포럼`이 등장했다. 김 지사의 이름을 딴 용포럼은 등장 2주 만에 전국 각지에서 회원 2만여명을 모으며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에 창립식을 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교수와 변호사 등 여론주도층 100여명이 중심을 이루는 미래보수포럼이 발족을 준비 중이다. 창립 취지문에는 `시대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 보수가 국민으로 외면받고 있어 보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란 내용이 담겼다. 용포럼은 팬클럽 역할을, 미래보수포럼이 자문모임 역할을 각각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정치권 일각에서 나이를 문제삼기도 하지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김 지사는 1942년 11월생으로 올해 나이가 만 75세다. 이는 1944년생인 반기문 전 총장이나 취임 당시 만 74세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보수를 다시 세워 국민 품으로 돌려 드리겠다”

-3선 도지사로서 대권도전에 나서려는 동기는 무엇인가.

△보수가 무너져가고, 나라가 위기에 처한 이런 국면에서 개인의 입지를 고민한다는 것은 성급하다. 지금으로서는 보수를 다시 세워 국민의 품으로 돌려 드리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그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부름이 있고, 또 다른 역할이 부여된다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할 문제라고 본다.

-대선에 나서려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새누리당 내의 지지기반이 필요한데, 준비는 어떤가.

△ 만약 대권에 나선다면, 국회의원보다는 직접 당원들께 정책과 소통으로 파고드는 풀뿌리 정치, 현장 정치로 승부할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는 자신 있다. 20년간 현장에서 도민들과 함께해 온 경험을 살려서 직접 당원을 만나고, 진정성을 갖고 설득해 낸다면 당원들께서도 마음을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

- 개헌에 찬성한다고 들었다. 개헌은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선보다도 개헌이 더 중요하다.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 국회 내에 개헌특위가 꾸려져 가동에 들어갔는데, 관건은 속도다. 87년 만들어진 현재의 헌법체제로는 국가발전과 사회변화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정략적, 정치공학적 접근은 안된다. 오로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그런 사명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한다.

- 권력구조나 정부형태 등에 대한 의견은.

△무엇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는 통치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통치구조는 이원집정부제든 내각제든 4년중임제든 국민들이 답을 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권력의 분산도 중요하지만, 권한의 이양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세계는 이미 도시국가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중앙집권만을 고집하고 있어 답답하다. 이번 개헌을 할 때 지방분권 이념을 반드시 헌법에 명시하고, 자치단체의 종류도 헌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대표 상원제를 도입해 지방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도 헌법으로 풀어내야 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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