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
45년 가동 올해가 마지막

▲ 영일만의 허허벌판에 우뚝선 포항제철소 1고로. 뒤쪽 형산강 너머로 보이는 들판이 현재의 포항시가지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산 역사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올해를 끝으로 내년 초에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제 그 수명을 다한 것이다.

철강인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종풍(終風-고로의 불을 끄는 것, 즉 가동을 중단하는 것)될 상황에 놓여 있다.

1고로는 포항제철소의 태동과 함께 가장 먼저 설치된 핵심설비였고, 포항제철소 역사를 나타내는 상징물이었다.

일각에서는 1고로의 설비를 폐쇄하기보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살려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쇳물 터져
`우향우 정신` 신념 하나로 무에서 유 창조한 산업화의 상징물
45년간 쉼없이 가동, 노후화로 경제성·효율성 떨어져 `한계점`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산 역사… `폐쇄보다 관광상품 개발` 목소리
영일만대교와 함께 국내외 관광 명소로 포항 랜드마크 역할 기대


◇ “실패하면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자”

1고로의 첫 출선은 화입 후 21시간 만인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에 극적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고로에서 쇳물이 터져 나오자 고로 제2주상을 가득 메우며 쇳물이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당시 박태준 사장과 건설요원들은 일제히 “만세, 만세…”를 외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첫 출선을 시작으로 45년 동안 쉼없이 용광로를 뜨겁게 달구었던 1고로의 불이 마침내 내년초에 꺼지게 되는 것이다.

철강인들은 1고로의 첫 출선 날을 기념해 매년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정해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에 앞서 1969년 1고로 건설에 나섰던 당시 박태준 사장은 “조상의 핏 값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며 건설요원들을 다그쳤다.

 

▲ 1고로 첫 출선 21시간 전인 1973년 6월 8일 박태준 사장이 첫 화입을 하고 있다.
▲ 1고로 첫 출선 21시간 전인 1973년 6월 8일 박태준 사장이 첫 화입을 하고 있다.

◇ 한국 철강산업 태동시킨 핵심설비

1고로는 당시 우리나라엔 돈·기술·철광석·석탄 등 제철의 4요소 중 하나도 없었지만 `우향우 정신`으로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상징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당시 `하면 된다`라는 정신은 오늘날 세계속에 우뚝서게 한 한국경제의 어젠더로 부각되기도 했다.

1고로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태동시킨 핵심 설비다. 전 세계가 모두 안된다 했지만 대일 청구권 자금과 `우향우 정신(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동해에 빠지자는 의미)`과 같은 불굴의 의지로 제철소를 건설해 낸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포항제철소 1고로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세계 5위 철강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된 설비다.

철강은 곧 `산업의 쌀`이기에 19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한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그 뿌리에 바로 1고로가 존재해 온 것이다.

◇ 효율성보다 상하공정 불균형이 요인

45년 동안 쉴새없이 사용해 온 1고로는 노후화로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제성이 동반된 대형화를 통해 생산능력 확장과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형 고로인 1고로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1고로는 내용적 1천660㎥로, 연산 13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소형 고로로 단위 생산성이 높은 고효율 설비로 꼽히고 있지만 여타 고로들이 연산 400~500만t 생산에 견주어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1고로 폐쇄 검토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온다. 일부에선 고로의 노쇠나 효율성 문제가 아닌 상하공정 불균형이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포스코 고로들의 조업 효율성을 나타내는 출선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는 평균 2.2T/D·㎥(고로 내용적 1㎥당 1일 2.2t 생산) 정도인데 1고로는 아직도 충분히 그 이상의 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추진해온 고로 대형화로 인해 쇳물이 크게 남아도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양 5고로에 이어 이번 포항제철소 3고로 확장으로 250만t 정도 쇳물 생산이 더 늘어나는 반면 이를 소화할 하공정 확대는 미미한 탓이다.

 

▲ 높이 70~80m에 달하는 1고로의 위용. 상징성과 역사성 때문에 관광코스로 개발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 높이 70~80m에 달하는 1고로의 위용. 상징성과 역사성 때문에 관광코스로 개발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 1고로의 상징·역사성 살려 보존해야

외부적으로는 세계적 공급과잉 속에 포스코의 3고로 확장을 증산의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정부 역시 후판과 강관 등을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하고 설비조정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이런 내외부 사정으로 인해 1고로 폐쇄 검토가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고로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감안해서라도 폐쇄보다는 보존하면서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해낸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산 역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능이 다 됐고, 경제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폐기처분할 게 아니라 그 역사성과 상징성에 무게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제철소가 국내외의 견학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1고로에 대한 견해도 달라지고 있다. 1고로를 관광코스의 패키지 상품으로 내놓고 향후 건설될 영일만대교와 함께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개발해야 한다.

 

▲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1고로에서 쇳물이 터져 나오자 당시 박태준 사장과 건설요원들이 일제히 만세를 외치고 있다.
▲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1고로에서 쇳물이 터져 나오자 당시 박태준 사장과 건설요원들이 일제히 만세를 외치고 있다.

◇ 3고로 3차 개수는 또다른 출발점

1고로가 가동을 멈추는 대신 3고로 3차 개수를 통해 새롭게 변신한다.

지난 1978년 12월 8일 준공된 3고로는 개수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개수작업으로 생산능력은 기존 400만t에서 500만t으로 확대되고 내용적도 4천350㎥에서 5천600㎥로 늘어나게 된다.

오는 2월 24일(종풍)부터 6월 12일까지 107일 동안 개수작업이 진행되며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6월 13일 화입이 시작된다.

3고로 3차 개수가 마무리되면 포스코는 광양 1고로(6천㎥), 광양 4고로(5천500㎥), 광양 5고로(5천500㎥), 포항 4고로(5천600㎥)와 함께 총 5개의 초대형 고로를 보유하게 된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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