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 리

아직 쓸 만한 몇 송이 눈발들조차 조기 퇴직

남아도는 시간의 시장기 더듬어 희끗희끗

줄을 선다

펄펄 김이 나는 수제비 한 그릇씩 받아들고

무언가 생각난 듯 돌아보는 눈송이의 눈에

마른 등나무 넝쿨 속 빛깔 꼭 같은 참새 떼만

후두둑 날아오른다

드림교회 종소리만 펄펄 내려와 앉는다

시인이 목도한 이런 풍경은 이 땅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아직 쓸만한 몇 송이 눈은 조기퇴직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아직은 일할 만 한데도 일자리를 잃고 배회하다가 무료급식소에 줄을 서서 한 끼를 떼우는 안타까운 사회 현실을 시인은 연민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남의 얘기만은 아닌 현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