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해 영

가까이 서서

마주 보고 웃었다

서로 다른 웃음이

비껴 지나갔다

악수를 피한 채

차곡차곡 눌려있던 꼬리 긴 말들

출구를 찾아 나갔다

열리지 않는 벽

자세히 보면

벽에도 푸르스럼한 자국이 있다

군데군데 금이 가 있는

이 시에서 벽은 무엇일까?.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아닐까. 마주보고 웃기도 하고 그저 누군지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타인이다. 소통도 없고 무관한 타인이지만 서로에게는 단절된 타인이지만, 우리는 수많은 벽을 대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 벽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상처가 새겨져 있고, 그들에게는 또 다른 벽인 내게도 그들이 알 수 없는 상처의 자국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