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단과 활로 모색

▲ 포항 영일만항 전경.

영일만항이 최악의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환동해권 국제물류 거점항만 목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개항 6년 만인 2015년에는 자본금 780억원을 모두 잠식하고 현재까지 적자운영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포항 산업의 주력인 철강을 비롯한 불황의 장기화로 출구마저 보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백약이 무효인 영일만항은 이제 더 이상 회생 가망이 없으니 잠정폐쇄가 바람직하다`는 최악의 진단이 나올 지경이다. 우울한 전망 속에서 그나마 오랜 숙원이었던 냉동·냉장창고가 준공되고 태국·베트남 항로 개설의 가시화 소식은 모처럼 희소식이 되고 있다. 운영사인 포항영일신항만㈜은 내년 인입철도가 준공되면 기존 최고물동량을 넘어서는 16만TEU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영일만항에 헤쳐야할 파고는 첩첩산중이다. 본지는 위기의 실상을 진단하고 타개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위기 - 개항 후 7년, 철강경기 불황으로 자본금 전액 잠식
배후단지 분양 지지부진… 잠정 폐쇄론까지 거론

활로 - 민자 금융차입금 전액 정부지원 `사업 재구조화`
냉동·냉장창고 준공… 태국·베트남 항로 개설 희소식
내년 국제여객 부두 착공· 인입철도 준공 땐
호황기 최고 물동량 넘어선 16만 TEU 기대

□환동해권 거점항만의 부푼 꿈

영일만항은 환동해권 국제물류 거점항만의 꿈을 안고 지난 2009년 개항했다. 영일만항 개발사업은 총사업비 2조 8천463억원이 투입된다. 최종적으로 접안시설 16선석, 방파제 7.3㎞, 항만 배후단지 126만3천000㎡, 국제여객부두 310m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항만개발 사업이다.

현재 포항영일신항만㈜ 민자 컨테이너부두(2천 TEU급 4선석)를 비롯해 현재까지 일반부두(2선석), 역무선 부두, 어항 및 기타시설, 북방파제(1·2단계), 남방파제(1단계) 등이 준공됐다. 지난해 4월에는 국제여객부두 기본 및 실시설계가 착수돼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2월 설계가 완료되면 6월에 착공해 2020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개항 7년…물동량 감소로 자본 전액 잠식

영일만항은 실질적인 개항 첫해라고 볼 수 있는 2010년 한 해 동안 물동량 7만2천421TEU를 기록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후 꾸준한 물동량 증가로 2012년 14만7천88TEU를 기록, 정점을 찍으며 순항했다. 그러나 2013년 위기가 불어닥쳤다. 철강경기의 급격한 침체로 포스코 물동량이 급감했기 때문. 꾸준히 증가하던 물동량은 이때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듬해에도 철강경기는 바닥을 기었고, 설상가상 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루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으로 영일만항을 통한 Knock-down(완성차 분해 반제품화) 방식의 쌍용자동차 러시아 수출이 중단됐다. 그동안 한해 물동량의 30% 내외를 차지하던 주요 물량이 펑크가 난 것이다. 이 여파로 2015년에는 10만 단위 아래로 떨어진 9만1천271TEU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현재까지도 7만6천346TEU에 그쳤다.

물동량 감소는 민간 운영사 자본잠식으로 이어졌다. 당초 민자항만의 특성상 자본금 일정 부분 잠식은 예상됐지만, 철강경기 침체를 비롯한 화물처리 단가 급락, 배후부지·배후산업단지 개발 지연, 대구·경북 물량 확보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면서 포항영일신항만㈜는 투자부분 회수는커녕 건설과 운영비용으로 조달한 차입금 원리금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2013년 87%, 2014년 97%에 이어 2015년 상반기에는 자본금 780억원이 모두 잠식됐다.

□사업재구조화 신청…돌파구 되나

물동량 감소와 자본전액잠식으로 존폐기로에 선 영일만항은 2015년 8월 특단의 대책으로 `사업재구조화(민자협약 재계약)`를 정부에 신청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타당성 검토를 거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영일만항이 신청한 사업재구조화는 정부가 민간운영사에 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을 폐지하는 대신 국가항만건설에 투입된 민자 장기 금융차입금 1천억원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컨테이너물동량의 감소를 감안해 컨테이너부두 4개 중 2개를 다목적부두로 바꾼다는 복안이다.

□최악 위기의식 속 총력 대응해야

영일만항 선박 접안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왔으나 해저 암반으로 인한 낮은 수심은 최대 단점이다. 또 부가가치와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배후단지와 인입철도 등 자원시설은 원석수준이다. 인입철도 개설은 시급한 과제로서 어렵사리 추진돼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배후단지의 분양은 영일만항 성패와 직결된 관건으로 손꼽혀 왔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따라서 충남 당진항 배후단지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냉동·냉장창고가 준공되면 배후단지 내 식품업종의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는 이를 통해 매년 2만TEU 수준의 물동량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시 내년 준공을 앞둔 인입철도가 뚫리면 항만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물류비 절감은 물론 중부권 및 경북 북부, 동해안의 추가 물동량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영일만항은 일본, 중국, 러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5개국 21개 항만에 기항하고 있다. 부산에서 환적을 통해 유럽, 미주를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입 서비스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주1항차로 짧은 화물인도기간을 선호하는 화주 및 국제물류주선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올해부터 영일만항 화물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지급과 포트세일즈도 확대·시행한다. 먼저 특정화물 처리 인센티브제도를 신설했다. TEU당 3만원부터 5만5천원까지 지원할 계획으로, 대구·경북지역 화물과 냉동·냉장화물, 철도물량 등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한다. 특정화물은 포항영일만항경쟁력강화사업 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할 계획이다. 또 포워더 지원제도를 만들어 TEU당 1만원을 지급한다. 선사를 대상으로한 신규항로개설지원금도 신설해 개설년도에 1~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항만물류 전문가인 하영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진 사태로 국내 항만이 더 어렵지만 한번 개설하면 지역경제에 파급이 엄청난 컨테이너항에 대해 폐쇄까지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면서 “러시아와 철강·자동차 등 경기요소에 따라 영일만은 얼마든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