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현<br /><br />변호사
▲ 홍승현 변호사

필자가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률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의 명의신탁과 관련된 상담이 많이 있습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을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가족이나 친척, 지인 등 타인 명의로 등기를 한 뒤 부동산에 관해 실제 소유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 등기제도가 도입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행해져 왔고 법적인 규정은 없었지만 판례상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명의신탁은 조세포탈이나 투기, 재산은닉, 도피 등 불법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 왔는데, 1995년 7월 1일 부동산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약칭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부동산명의신탁은 법적으로 금지되고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은 무효로 하며, 위반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됐습니다.

다만, 종중이나 종교단체, 배우자 간의 명의신탁은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탈법 등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95년 부동산 실명법이 시행된 이후로도 부동산 명의신탁은 계속해 이뤄지고 있고, 명의신탁자와 수탁자 간의 민사상, 형사상 분쟁도 많이 있습니다.

등기제도를 이용해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부동산실명제도 실효성을 위해서는 과징금이나 형사처벌 등 사후적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전 등기과정에서 철저한 본인확인 과정이 수반돼야 합니다.

다행히 내년 초 변호사·회계사 등 비금융 전문직에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고 합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비금융 전문직 관계자들도 고객 부동산 매매, 자산관리 등의 일을 할 때 고객 확인, 기록보관, 의심거래보고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나 명의신탁자가 자신 명의로 계약하지 않고 명의수탁자를 매수인으로 내세워서 그 사정을 모르는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해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하는 방식의 `계약명의신탁`이 대표적인데, 이런 경우 부동산 소유권은 명의수탁자가 취득하게 되고,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다만, 매수자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형사적으로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동의없이 마음대로 수탁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하는 등으로 처분해버리는 경우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형사고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명의신탁이나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돼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를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 앞으로 바로 이전하는 방식)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동의없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과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해 왔으나, 최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오히려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와 함께 부동산실명법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고충처리인은 앞으로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