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 화재안전 점검해 봤더니…
낡은 전선 뒤엉켜 있고 호스릴 장치 자물쇠에 잠겨
1천300여 점포 중 목조건물 많고 밀집도 높아 `아찔`

대구 서문시장 화재로 수많은 상인이 주저앉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가 700여곳이 타는 등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점포가 따닥따닥 붙은 전통시장 특성상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일 경북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포항 죽도시장은 평소와 다름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형화재가 잇달아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화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화마의 흔적처럼 상인들의 화재 경각심도 실종된 모습을 보여 우려를 낳았다.

상인들은 저마다 담요를 두르고 난로와 전기장판 등 전열기구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는데, 각종 가연성 물품 사이에 놓인 난로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각종 전자제품을 연결한 문어발식 콘센트는 당장 합선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부 낡은 상가들은 샌드위치 패널 지붕 밑으로 낡은 전설들이 뒤엉켜 있고, 전선과 연결된 차단기 주변은 먼지로 가득했다.

소방당국이 초기화재진압을 위해 설치·운영 중인 비상소화장치와 지하 소화전은 각종 물품에 가려있어 현황도가 없으면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호스릴장치는 자물쇠가 채워진채 방치돼 있다. 특히 소방로로 사용되는 대부분 통로가 상가들이 내놓은 물건으로 가득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보였다. 상가들은 긴급 상황 시 이동이 가능하도록 바퀴가 달린 수레에 물건을 실어 놓았지만, 일부는 상자째 놓여 있거나 바퀴가 없는 매대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문시장 화재가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죽도시장 일부 상인들의 `화재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어선 모양새다.

포항 죽도시장은 213개 동 건물에 약 1천30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으며,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만큼 낡고 오래된 건물도 즐비하다. 목조건물이 많고 건물 밀집도도 다른 전통시장보다 더 높아 화재에 취약하고,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가 크다.

실제로 죽도시장에는 2013년 9월 28일 8토지 상가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불이나 상가 9곳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3월 26일에는 전기적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억8천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고, 2011년 2월 17일에도 상가 4곳이 전소했다.

서문시장 화재가 발생하자 일부 죽도시장 상인들의 불안은 커가고 있다.

포항죽도시장에서 침장류 상가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상인들의 안전의식이 많이 개선돼 야간에는 소방통로가 깨끗이 치워지는 등 고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낮시간은 소방통로 관리가 잘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물품을 배치하는 등 화재피해를 막으려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방당국도 형식적인 캠페인과 소방훈련이 아닌 상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화재예방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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