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유림들도 시국선언
7언고시로 참담함 표현
대통령 결단 요구 `화제`

`아버지의 후광에 뭇사람들이 속았다.`

경북지역 유림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 여름 사드 배치 국면에 이어 또 한번 나섰다. 영주 지역 젊은 유림으로 구성된 성균관 영주청년유도회(회장 황재선)는 14일 영주시청 기자실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가졌다.

이날 영주청년유도회가 함께 발표한 `격박근혜대통령하야`(檄朴槿惠大統領下野)라는 7언 고시는 유림들의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담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영주의 청년 유림들은 시를 통해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에 뭇사람들이 속았다(父親後光衆所欺)”며 “무능한데도 국정을 붙잡고 있는(何以無能國柄持)” 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이와 함께 “국헌을 경시해 국가 기강이 위태롭다(守憲輕視國紀)”고 지적하고, “총애 받는 간신들만 나날이 부유해지고, 백성들은 고통에 시들어 간다(有寵奸臣日已富/無錢百姓日已萎)”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시에는 “지금껏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도 감당하기 어렵다. 하물며 허물이 있는데 이를 고치지 않으니 인을 해치고 의를 해치고 있다”는 유림들의 참담한 심경도 담겼다. 7언 고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영주의 젊은 유림들은 “요상한 무당의 말에 쉽게 따랐던(況於易從妖巫詞)” 박 대통령을 향해 “즉시 하야할 것”을 충정어린 마음으로 권고했다.

경북 유림들의 상소는 지난 7월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지역으로 성주군이 결정될 당시에도 빛을 발했다. 당시 성주유도회·성주향교·성주청년유도회 등 성주군 내 8개 유림단체 회원 120여명은 갓·탕건과 두루마기를 착용하고 청와대 인근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배치 반대의견을 담은 상소문을 청와대에 제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소문은 “성주는 국난으로 어려울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으며 유림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 선생의 얼이 깃든 곳이다.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무시당한 모멸감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참을 길 없어 팔십여세의 노구를 이끌고 대통령을 뵙고자 천리길 마다않고 이 억울함을 말씀 드리고자 상경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주/김세동기자

    김세동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