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호<br /><br />수필가
▲ 박상호 수필가

짜릿한 갯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을바닷가, 파도가 몰고 오는 물보라가 말발굽처럼 거세다. 제철보국의 위대한 땅 포항에서 제1회 철강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나는 노을이 강물처럼 출렁이는 가을오후 `STEEL RUN`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서 영일대해수욕장으로 갔다.

출발의 신호와 함께 물오른 10월의 바닷가를 박차고 나갔다. 익어가는 가을과 함께 푸른 파도 넘실되는 해변을 달리는 모두는 기쁨과 행복으로 넘쳐나는 것 같았다.

자폐아의 손을 꼭 잡고 달리며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를 더해주는 엄마의 간절함도, 취업에 목마른 청춘들의 간절한 소망도, 한때 이땅의 부흥을 위해 뼈 빠지게 청춘을 바쳐버린 40대의 절망을 기워입고, 저 멀리 눈물로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내며 달리는 탈북자의 고독한 발걸음도, 삶의 벼랑에서 선 낙오자의 입술 꽉 깨문 다짐이며,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이 10월의 하늘아래 펄럭이고 있었다. 더운 심장을 데워 절망과 비애를 삭히며 세상의 고달픔을 가을바람에 날려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함께 밑이 다 닳아빠진 검정고무신을 신고 들과 산으로 무척이나 쏘다녔지, 푸른 보리밭을 가로질러 무지개가 걸린 동산에 올라 칡꽃을 따서 질겅질겅 씹으며 달리기를 했었지. 우리는 모두가 다 승리자가 되어 풀잎으로 다닥다닥 엮은 꽃다발을 승리의 월계수인양 뒤집어쓰고 무척이나 즐겁고 신이 났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달리면서 본 포항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비취빛 영일만의 푸른 바다는 삶에 지친 우리를 반기기라도 한 듯 은빛으로 출렁이며 웃고 있었으며 울긋불긋 온통 가을 색으로 치장한 산야는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흡사 새색시의 주홍빛 설렘처럼.

철강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포항에 철강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늦을 때라고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제1회라는 출발 신호를 울렸다. 좀 더 알찬 준비와 스토리를 엮어 제철과 창조도시 포항에 걸맞은 대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