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포항시와 해병대
(14) 산화한 `5인의 해병`

▲ 포항 해병대1사단 내에 세워진 `5인의 해병` 충혼탑.

인터넷 검색창에 `5인의 해병`이라고 치면 가장 먼저 1961년에 개봉한 이 영화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전쟁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해 영화제목을 딴 날치기단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영화는 군인 아버지를 둔 초임장교가 아버지가 대대장으로 있는 부대에 소대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소대장은 개성이 강한 소대원들과 5인의 해병을 이뤄 북한군의 탄약고를 폭파시키는 위험한 임무를 자원한다. 5명의 해병대원은 적진에 진입해 임무를 완수하지만 소대원 1명을 제외한 4명은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 숨진 소대장의 시신을 안고 귀환한 소대원은 소대장의 아버지인 대대장에게 소대장이 탈취한 기밀문서와 유품을 전해준다(중략)….

1965년 해병1사단 병사 5명
적진 침투훈련 임무 중 순직
해병대 12m높이 충혼탑 건립과
송라면 방석리에 추념비도 세워
방문객 위한 환경정비 신경써야


□ 영원히 기억해야 할 영웅들

임무 수행과정과 대원들의 관계 등이 영화와는 내용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영화 개봉 4년 후인 1965년 포항에서도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친 5인의 해병이 등장했다.

해병대1사단 1연대상륙단 수색중대 소속 고 강대현 중위, 오중광 상병, 오경환 일병, 유문선 일병, 김규산 일병 등 5인의 해병은 1965년 12월 13일 상륙단이 진행한 훈련인 `해룡작전`에서 상륙훈련에 앞서 적 해안 수색정찰 임무를 맡게 됐다.

수송함에서 7인승 고무보트를 이용해 정찰조로 투입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15분께 가상 적 해안에 은밀하게 침투하던 중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앞 해상에서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험한 파도에 휩쓸려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해병대1사단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단 내에 충혼탑을 세우고 순직장소 인근에 추념비를 건립해 지금도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우뚝 서있다. 해병대는 1966년 2월 2일 5인의 해병 추모사업을 발기했고, 해병 전 장교 및 부사관들이 모은 성금 159만5천714원으로 같은해 10월 15일 12m높이의 충혼탑을 만들었는데 1사단 내 조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 박영근 전 기자의 특종보도

하지만 당시 사고가 보도되자 군의 무리한 훈련을 질타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에는 큰 악재로 부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일보의 1면 특종기사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포항 주재기자였던 박영근(82) 한동대 특임교수는 “`돌아오지 않은 5인의 해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억나는데 `해병에는 훈련이 없다. 해병의 훈련은 실전이다. 해병이 기상이 나쁘다고 작전을 안 하느냐`의 골자로 보도를 하자 상황이 급변했다”면서 “우리 청년들의 해병 입대 경쟁이 오늘날 하늘을 찌르게 된 것은 해병대의 투철한 전투정신이 미국 해병도 인정하는 최고의 한국 해병을 낳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포항시 북구 송라면 방석리 해안에 건립된 `5인의 해병` 추념비.
▲ 포항시 북구 송라면 방석리 해안에 건립된 `5인의 해병` 추념비.

□ 진입로 등 관리 개선 시급

북구 송라면 방석리 해안가에 위치한 추념비는 5인의 해병이 순직한 이듬해인 1966년 3월 포항지역 해병전우들의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

직사각형 모양의 비석 전면에는 강대현 중위를 비롯, 순직 후 1계급씩 특진한 5인의 해병 이름이 새겨져 있다.

건립된지 올해로 50년을 넘긴 비석이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돼 훼손된 흔적이 없다.

그러나 비석 주변이 밭과 주택으로 둘러싸여 처음 방문한 이들이 추념비가 세워져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차도에서 단번에 가로지를 수 있는 진입로가 있음에도 추념비 옆 주택소유주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이용을 막고 있어 방문객들은 100여m를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방문객 김모(41·북구 양덕동)씨는 “해병대 출신으로서 이곳에 추념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하게 됐는데 진입로를 찾는데 적잖게 애를 먹었다”며 “50년이 지난 오래된 비석이지만 찾는 이가 아직도 있는만큼 국가와 포항시 차원에서 관리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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