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스틸앤스틸 설문조사
98%가 “불황 심각 상황”
회복 불투명 불안감 반영
철강 외 업종 육성에 기대
포스코 미래 큰 우려감도

포항의 철강기업들은 현재의 불황을 지난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포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산업다각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철강산업 사양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는 경북매일신문과 철강전문 연구기관인 스틸앤스틸이 포항철강포럼(27일 포항시청대강당에서 개최)을 앞두고 공동으로 지역철강업체들의 현안 등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공단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전수조사에는 포항철강공단 내 72개 업체(50인 이상)가 응답했다.

우선 `현재 철강의 불황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63%가 `매우 심각한 수준, 35%는 `보편적인 불황`이라고 답해 응답자의 98%가 현 철강시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받아들였다. 불황의 정도를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현재의 위기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가`라는 설문에 대해서는 38%가 `매우 그렇다`, 43%가 `그런 것 같다`고 응답해 `아니다`라는 18%를 압도했다.

스틸앤스틸 서정현 대표이사는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81%가 20년 전 IMF 외환위기 보다 심각하다고 답한 것은 IMF위기는 단기적으로 극복했지만 지금의 불황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내포된데다 실제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불황 속에서도 지난 5년 동안 공단 근로자의 실질임금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 임금이 소폭 늘었다`가 26%, `소폭 줄었다`31%, `변화 없다`가 33%로 각각 응답돼 포항의 불황이 지속은 되고 있지만 아직 소득순환까지 포함하는 본격적인 불황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철강공단업체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라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있을 것`이라고 예상, `아직 아니다`고 응답한 28%를 압도해 고용불안감에 대한 철강노동자들의 현주소와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포항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라는 설문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33%인 반면 65%가 철강산업 과다의존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포항의 철강기업들이 중후장대한 산업은 선진국의 사례로 볼때 한계가 있다며 줄기차게 지역의 미래를 위해 산업다변화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의견이 이번 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포항시민들의 가장 큰 신뢰를 받았던 포스코에 대해서도 그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항목에선 응답자의 46%가 `어둡다`, 43%가 `그저 그렇다`고 답해 응답자의 89%가 포스코의 미래를 불안스럽게 내다봤다. 국제시장에서 철강이 과다생산된 영향으로 최근 몇년에 걸쳐 포스코 경영수익이 악화된 영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역설적으로 포항시 등 당국이 지역을 떠받쳐 온 포스코의 기업성장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더욱 고민해야 함은 물론 포스코에 버금가는 기업유치 등 선도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하다. `철강 외 다른 산업으로 무엇이 적당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자동차·조선 등 부품산업`이 24%, `철강 가공산업` 15%인 반면 `기타 업종`이 57%로 절반을 넘었다.

이번 조사를 공동 분석한 철강전문매체인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은 “조사를 통해 역내 철강기업들이 향후 철강관련 산업보다는 타 분야 업종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포항철강기업의 성장과 미래가 불안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포항시 등 정책당국자들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득기자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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