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대가 어울린 영주를 가다2

▲ 화엄종찰 부석사의 대웅전인 무량수전.

무섬마을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은 이산면을 거쳐 가면 35km 거리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평일이라 시외 길은 한산하다.

그 길을 가면서 필자는 오래 전에 읽었던 신경숙의 소설 `부석사` 내용을 떠올려 본다. 두 주인공이 섣달에 부석사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주인공들이 부석사 가는 길에 동행했다면 지금의 이 길을 택했을 것이다.

부석사에 도착하면 사찰에 오르기 전에 명품 주차장과 공원을 만난다. 이 장소가 또한 유명하다.

신라 문무왕 16년 창건된 부석사
무량수전·석등·조사당·벽화 등
국보 5점에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 보유한 명사찰

학문의 부흥 일궈낸 소수서원
성혈사의 나한전·꽃살문
향·맛 뛰어난 풍기인삼까지
자연·역사·먹거리 풍부

필자가 울진타임즈 대표로 있던 시절, 어느 칼럼에 영주부석사 명품 주차장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필자가 잘 아는 이야기다. 2000년 초에 만들어진 부석사 주차장과 소공원, 소수서원 주차장이 당시 행정자치부의 문화관광 기반사업으로 조성됐는데, 전국에서 22개 시군이 엄선되어 추진된 사업에서 영주시는 전국평가 결과 최우수상(대통령표창)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실적 평가에서 주어진 대통령표창 총 4개 가운데 단체상 하나, 유공공무원상 두 개 등 대통령 표창 3개가 영주시에 돌아갔으니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이 사실 하나로도 영주시가 선비의 고장답게 문화를 아끼고 관광지를 아름답고, 또 탐방객들에게 편리하도록 가꾸려는 정성을 알 수 있었으니, 그 전통과 열성이 현재로 이어져 영주는 시민과 시정이 함께 하는 힐링의 고장이자, 인성교육의 메카로 전국에서도 우뚝 솟아나 있는 도시인 것이다.

그런 열정이 담겨져 있는 주차장과 소공원, 화장실 등을 보면서 부석사에 오른다. 여전히 부석사는 천년고찰답게 풍겨져오는 정취가 고혹하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조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비롯해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벽화(국보 제46호) 등 국보만 해도 5점이고 보물6점,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명사찰답게 풍광을 드러내 보인다.

부석에 올라서보면 앞에 보이는 높은 산도 눈 아래로 보인다. 해발 높이로는 분명 높은 산이지만 명 사찰 앞에서 느끼는 것은 다른 감이 있으니 일종의 신비감에서 묻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산을 내려서서 향하는 길은 소수서원이다. 부석사로 드나드는 길은 길가 은행나무로 유명한데, 특히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철에는 이 길은 또 하나의 명품길로 탄생한다고 한다. 여기서 931번 지방도를 타고 순흥 방향으로 20분 남짓 가면 소수서원이 나온다. 산 밑으로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다. 당시 명종임금은 손수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하였다고 하는데, `소수(紹修)`라 함은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서원의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숲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전경.
▲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전경.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동생 금성대군을 영주 땅 순흥으로 유배시킨다. 금성대군은 지역의 선비들과 함께 단종 복위 계획을 세웠고, 결국 이를 안 조정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때 소수서원 옆에 있던 오백살 넘은 은행나무가 불에 타 죽고 그리고 200년이 지난 1683년 단종이 복위되고 또 30년 뒤 금성대군을 비롯한 선비들이 복권되면서 거짓말처럼 은행나무가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영주에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무섬마을에서 느낀 농촌의 정취와 부석사 일대에 감도는 신비한 기운과 더불어 소수서원의 신선하게 전해져오는 느낌만 봐도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라는 티가 난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멀어진 모습이지만 소수서원에 오면 도포자락 휘날리며 곧은 자세로 마을을 걷고, 정갈한 몸가짐으로 서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이곳 영주에 오면 그러한 유유자적한 선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다.

이왕 소수서원까지 왔으니 풍기인삼시장으로 가기 전에 또 하나 볼거리를 만난다. 종교적 색채를 떠나서 옛것에 대한 살펴봄인데, 소백산자락에 들어앉은 작은 절 성혈사의 나한전이다.

소수서원에서는 15km거리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나한전의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 문창살이 특히 아름다운 전각이다. 보물 제832호로 지정되어서라기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난 꽃살문이야말로 두고두고 감탄하게 만드는 전통의 일면인 것만 같아 더욱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성혈사 나한전의 특별한 전통무늬들을 만나고서 인근에 여름피서지로 소문난 죽계구곡이 있다고 하여 잠시 그곳에 들르기로 했다. 순흥지 못을 지나 배점리에서 초암사에 이르는 계곡이 죽계계곡이다.

옛날 퇴계 이황선생이 이곳에 들러 계곡의 절경에 심취하곤 했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래 소리 같다하여 각 계곡마다 걸맞는 이름을 지어주며 죽계구곡이라 불렀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죽계구곡은 어느 지점에서든지 주저앉아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특히 무더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계곡으로 소문나 있다.

이제 남은 곳은 풍기인삼시장 둘러보기다. 경향각지에서 풍기인삼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풍기는 인삼으로 유명하다. 풍기역 앞에 자리 잡은 인삼시장에서는 산지에서 직접 캔 인삼이 즐비하고 수삼과 다양한 인삼가공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1년 365일 인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삼을 캐는 10월에 개최되는 영주풍기인삼축제는 풍기읍 남원천 둔치와 인삼시장 5곳, 인삼 캐기 체험장 등지에서 향과 맛이 뛰어난 풍기인삼을 직접 채취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니, 가을에 풍기를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 인삼밭에 만발한 인삼꽃.
▲ 인삼밭에 만발한 인삼꽃.

1500년 역사를 가진 풍기인삼은 소백 산록의 깨끗한 환경과 비옥한 토질에서 자라 조직이 치밀하고 인삼 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아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로 손꼽힌다.

영주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소백산은 예로부터 산삼의 자생지로 유명한 곳으로 풍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인삼재배지역으로 명성을 얻어왔다. 사기에 의하면 조선왕실에서는 풍기인삼만을 고집하였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전국 약 1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풍기인삼은 타 지역 인삼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효능이 우수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영주는 명산, 소백산이 늠름한 기상으로서 영주의 상징이 된 가운데, 천년고찰 부석사에서부터 희방폭포, 죽계구곡의 비경과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있고 자연풍광이 빼어난 무섬마을이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산실인 소수서원과 하룻밤을 지내며 옛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 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수박물관 등을 방문하면 선비의 고장으로서의 맛깔 나는 전통의 정취에 어느덧 흠뻑 젖게 된다.

 

▲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죽계구곡.
▲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죽계구곡.

복잡한 일상을 떠나 자연과 역사의 향기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생활의 재충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선비의 고장, 영주가 제격이다. 영동선과 경북선이 통과하는 철도를 이용한 여행은 물론, 중앙고속도로가 있어 서울, 강원, 영남권을 잇는 사통팔달의 요지로 자동차로 서울에서 2시간 30분, 대구에서 2시간 걸려 손쉽게 찾아올 수 있고 볼거리가 풍성한 최적의 관광지다. 무릇 여행이란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재충전 할 수 있어야 하며 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감동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면서 한국적 정취가 살아 있는 오감만족의 고장이 바로 영주 여행이다. 보고 느끼며 걷는 재미가 마음속에 가득 우러나니 행복하다.

/손경찬(수필가)

    손경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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