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개헌제안` 깜짝카드
“주도면밀한 계산 따른 작품”
미르의혹 공략 野 `허찔린 격`
차기대권구도에도 큰 영향력
정치적 손익계산 손해 없을듯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전격적이다. 사전 예고 없이 기습작전을 감행하듯 카드를 던졌다. 핵심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헌법 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고치자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한마디로 철저한 보안 속에 예고 없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은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분명한 방침”이라고 밝혔고, 이후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도 “(개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던 터였다. 이후 개헌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주도면밀한 계산`에 따른 작품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수석은 “지난 6월 무렵부터 개헌과 관련해 많은 고민과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며 “(지난 9월) 추석 연휴 마지막 무렵 대통령이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집중 공략했던 야당으로서는 허를 찔린 격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을 5년 단임제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했다. 박 대통령은 “1987년 개정되어 30년간 시행되어온 헌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5년 단임제 아래서는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 아니라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는 실종됐다는 이유도 댔다.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개헌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개헌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9.8%,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 12.5%, 잘 모르겠다는 의견 17.7%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회 안팎에서도 개헌을 추진하는 모임이 다수 형성돼 있다.

박 대통령은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말만 놓고 보면 정치권은 환영해야 맞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정작 그렇지 못하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금이 적기”라는 입장과는 달리 임기말 정국 전환용·국정 주도권 장악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국을 개헌 국면으로 끌고 가면서 레임덕을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체제로 재편됐고,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과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등으로 야권과 충돌을 거듭하면서 국정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 속에 개헌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개헌은 차기 대권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치권의 정계개편이 본격화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개헌은 정치공학적으로도 복잡해, 대선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임기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개혁 분야에 족적을 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개헌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헌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아무리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협조없이는 개헌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더라도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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