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순실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추문의 골자는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재벌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모아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K)스포츠를 설립했고,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한겨레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 배후로 최순실 실명을 공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박근혜 정부 출범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에도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추문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를 둘러싼 소문들은 귀로 듣고도 차마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수정하곤 했다거나 K스포츠재단이 주요 보직자를 뽑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직접 인사검증을 했다는 얘기, 그리고 스타렉스 밴(van)을 타고 비밀통로를 통해 자유롭고 빈번하게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소문 등이 그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모 방송사는 최순실의 최측근인 고영태씨를 취재한 결과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수정하곤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고씨는 국가대표 펜싱선수 출신으로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전에 만든 페이퍼컴퍼니인 `더 블루K`의 이사이며 `더 블루K` 독일법인의 관리자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이 취재진에게 “최순실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것, 유일하게 잘하는 건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이라며 “연설문이 문제가 되면 자기가 고쳐놓고 애먼 사람 불러다 혼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이모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일일이 고친다는 뜻”이라며 “애먼 사람은 청와대 비서관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단다. 아무런 직책이 없는 개인이 대통령 연설문을 맘대로 뜯어고치고, 청와대 비서관을 아랫사람처럼 혼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K스포츠재단의 돈을 빼돌리는 창구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더블루케이(The BlueK)에 대해 최씨는 “블루케이의 블루는 청와대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니 참으로 기가 찬다. 한마디로 청와대를 앞세운 권력형 게이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 사건이 `최순실 게이트`로 번져가자 불똥은 여당인 새누리당으로 튀었다. 지난 19일 최고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5선의 정병국 의원은 “최순실씨 의혹을 앞장서 막는 듯한 집권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주고 있다”면서 “막는다고 막아질 부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이 길든 짧든 진실은 드러난다”며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도 “최순실씨라는 사람이 정말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을 하고 또 그런 내용을 통해서 여러 가지 증인이나 사실이 밝혀진다고 하면 법적인 처벌까지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제하에서 최고권력을 잡은 대통령 본인은 깨끗한 경우가 많다. 정점을 찍은 이상 더 욕심부릴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어 왔다. 메뚜기 한철이 듯 이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한 재물을 취하면서 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YS나 DJ정부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청렴을 주장하던 노무현 대통령이나 경제대통령을 자처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순실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최순실게이트가 온천하에 드러난 만큼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공분하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권력주변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야 한다. 그게 정도요,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