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무엇보다 회자되는 공자의 사상은 충(忠)과 서(恕)라고 할 수 있다. 춘추 좌씨전에서 충은 속마음을 다하는 것(中心)이며 서는 같은 마음(如心)이며 동감, 공감, 동심으로 풀이하였다.

논어 이인(里仁)편 제15장에서는 이렇게 서술되고 있다. “나의 도는 하나로 관철되어 있다”하니 증자가 말하길 “예”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나가자 지인이 묻기를 “무슨말입니까” 하자 증자가 “선생님의 도는 충과 서 일 뿐이다”라고 대답하였다.

공자의 가장 큰 사람인 인(仁)의 다른 표현이 충과 서이다. 충은 자기의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남을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충은 자신의 참된 마음을 다하는 진력의 정신이며 내몸과 마음 전부로 혼연히 바치는 것이며 서는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도 싫어하기에 그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미움과 실수를 줄이는 일이다.

용서하고 이해하며 남을 대할 때 자신을 위로하듯 안아주듯 대한다면 정녕 서로의 만남의 자리는 큰 힘이 될 것이며 신뢰하고 돌아서는 그 순간 큰 힘이 솟아날 수 있을 것이다.

恕의 글자는 어원에서 나같은 如와 마음심의 조화이다. 설문해자에서는 어진 것이며 남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恕仁也從心如) 다른 사람의 마음은 내마음과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남도 바란다` 생각하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하여야 할것인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공이 여쭈었다. 한마디로 평생동안 실천할만한 것이 있습니까”. 바로 恕이다. 내가 하고자 하지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다.” 위령공편에서 “사람이 평생 지켜야 할 도리는 인이지만 구체적인 덕목은 서인 것이다” 나를 미루어 남을 생각하라, 참 귀하고 큰울림이다.

얼마 전 만난 그 사람의 변하지 않은 차가운 모습과 언행을 보면서 `사람은 참 변하기 쉽지 않구나`라며, 그 사람에게 바로 독한 말을 해주고 돌아오지 못한 것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감정을 겨우 가라앉힘은 아직 내가 충과 서가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음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용서는 용기이며 자신의 헤진 가슴자리를 한뜸 한뜸 꿰메어 가는 거룩한 행위이며 놓친 마음자리를 다시 불러세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위대함인 것을 공자는 가르치고 있다.

내 마음 자리가 바로 서야만 남을 받아들이고 안아줄 수 있다. 얼마전 앙칼지게 매차지 못하고 돌아온 나를 공자님은 무엇이라고 가르칠 것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아직까지 내 마음에 따라다니는 그 사람을 이해해 주어야 충과 서를 알았다고 하지 않을까.

솔뫼 정현식<서예가·솔뫼서예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