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원전 내진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중대 사고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혹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원전 사고에 의한 재앙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만큼 우려와 의혹들이 하루빨리 말끔하게 해소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송기헌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년마다 가동 원전의 기능과 안전성 등을 종합평가해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주기적안정성평가(PSR) 결과 내진검증향상 필요성이 제기된 원전은 고리 3·4호기, 한빛 1·2·3·4호기, 월성 2·3·4호기, 한울 1·2·3·4호기 등 13호기에 달했다.

해당 원전에 내진검증향상 필요성이 제기된 기기를 납품·설치한 제작사 88개사 중 16개사가 연락처 확인이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울 1·2호기와 3·4호기에 내진검증향상이 필요한 기기 제조사 `AMER`, `AUTO TORK LIMITED`등은 연락처 및 주소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울 1·2호기의 내진검증향상에 필요한 기기 제조사 `AGS/ARGUS`는 대상 제조사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2013년 5월~7월 2개월 간 진행된 TUV SUD 국제특별점검 결과, 한울 1·2호기는 `내진검증문서 미확보` 상태에서 지난 28년간 발전을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울 1·2호기는 1980년대 건설 과정에서 시공 및 설계 등 참여사로부터 내진검증문서를 구매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 문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발전 중이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10년간 수명이 연장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우, 지진이나 해일·화재 등 중대 사고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2·3·4호기 관련 수치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서 제기됐다. 이 같은 하자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 검증단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지적인 것이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의혹도 미결상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감 답변을 통해 “전문가들 사이에 양산단층이 활동성 단층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다”고 논란 자체를 시인했다. 야당의 정치공세 성격이 짙은 `원전 가동 즉각 중단`주장에 대안도 없이 가벼이 흔들릴 까닭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기되고 있는 모든 안전 문제점에 대해서 빠짐이나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한 점검을 통해 하루속히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추호도 불안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