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민호<br /><br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요즘 우리나라가 난리다. 영영 안 일어날 것만 같은 지진이 규모 5.8이나 되게 나는가 하면, 또 그 지진 때문에 원자력핵발전소가 타격이라도 받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우려들이 급증했다.

사실 규모 5.8 정도라면 일본에서는 별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번에 일본 오키나와에서도, 홋카이도에서도 5.7이니 5.5니 하는 지진들이 났지만 별 피해라는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도쿄에 갔을 때 건물이 널뛰기하듯 흔들리는 경험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무척 놀란 것치고는 별 이상들이 없어 의외라고 생각한 적도 한 번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가 활성 단층인지, 활동성 단층인지 주변에 있다고도 하니, 겁이 나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경주에서 난 지진이 서울까지 흔들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지 알 만하고 그렇다면 원전에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그건 재앙도 이런 재앙은 없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나라가 괴로운데, 단골 골칫거리 북한은 그 와중에 무슨 미사일인가를 쏘았다고 하고, 그럴 뿐만 아니라 이미 핵폭탄을 몇 개씩 만들어 놓았다고까지 하고,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겠다거나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오가는 걸 보니, 살아도 산목숨 아닌 것 같은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핵폭탄이라는 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에 그게 있느니, 미국까지 날아 보낸다느니, 남쪽을 향해서도 그걸 쏠 수 있으니 하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네 삶은 그것으로 종막을 고하고 말 것이다. 인터넷에서 핵폭탄의 위력을 묻는 질문에 `펭귄` 님이 답한 것을 보니, 일본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질 때 번쩍 하는 한순간에 반경 1.6㎞ 안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반경 11㎞ 안의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고 한다. 또한 25만 명 넘는 인구 중 7만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큰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서울에 살든, 남쪽 어디에 살든 그런 것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살아날 방도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이다. 설상가상 남쪽에는 지진이며, 원전 같은 것도 있으니 이런 것도 다 걱정 아닐 수 없다.

내 대안은 이렇게 될 바에야 아무래도 땅속에 공화국을 새로 세우는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다. 땅 위에서 과연 제대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땅속으로 들어가 어떤 가공할 위력의 폭탄에도 견딜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들어앉으면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내 특출난 아이디어인 것이다.

이것은 역시 인터넷 `펭귄` 님의 고견 때문인데, 이에 따르면 원자폭탄이 공중이나 지표면에서 폭발할 때 그 폭풍효과로 인해 “반경 1~5km 이내의 목조건물, 300m 이내의 콘크리트건물, 150~220m 이내의 지하 구조물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지하 221m보다 깊은 곳에 집을 짓고 나라를 일구어 살 수 있는 방도만 찾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는 계산이 섬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간단하다. 그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는 굴착 시설, 그 안에서 한반도에서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안 일어날 것이라는 통설을 감안한 내진 설계, 그리고 적당한 환기 시설만 갖추면 모든 준비는 끝나는 것이라 해야 한다. 물론 또 다른 난점이 없지는 않다. 그것은 이런 것들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하찮은` 돈이다.

사실, 사람들은 어떤 대단한 명분 없이는 돈은 잘 내지 않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정말 따지고 보면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땅속만이 살길이라고 잘 설득만 하면 어떻게든 모금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작년에 터키에 갔더니 기독교 믿는 사람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땅속으로 들어가 평생을 보냈다고 했다. 감동적이었다. 지금 이 나의 공상 또한 하나 새로울 것 없다. 다 선인들이 이루어 놓으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