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국비확보 차질
쪽지예산도 부정청탁 간주
국회의원들마저 몸 사리기
중앙부처선 만남조차 꺼려
지자체 서울사무소 발 동동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되면서 지자체 국비확보 업무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미팅을 거부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국비확보 방법 중 하나였던 `쪽지예산`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부정청탁`이라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물론 지자체는 국비확보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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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 튄 `쪽지예산`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지역구 사업이 정부에 편성되고, 관련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쪽지예산`을 적극 활용했다. 주민들이 나라 전체의 이익보다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따온 의원을 유능하다고 평가해주고, 표를 몰아주기 때문이다. 실제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예결위 심사를 마친 예산사업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만 예결위 최종 단계에서 의원들이 쪽지에 적어 전하는 예산이 반영돼 왔다. 이로 인해 쪽지예산은 정당한 행위라는 게 국회의원들의 주장이다.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으며,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기에 허용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국회 예결위 한 관계자는 “쪽지예산은 국회의원 예산활동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부정청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국회의원이 예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야당 한 의원도 “국회의원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면 정부도 국회에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회의원이 쪽지예산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 5조8항을 법적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항에는 `보조금·출연금·교부금·기금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에 위반해 특정 개인·단체 법인에 배정 지원하거나 투자·예치·대여·출연·출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부정청탁이라고 명시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의원들은 물론 보좌진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경북의 한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활동에 전념해 예산을 따오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민원처리조차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자체 서울사무소도 직격탄

지역 현안사업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설명을 하는 게 주 업무인 각 지자체의 서울사무소도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평소와 달리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고, 지자체 공무원들 역시 몸을 사리고 있다. 법 시행 초기 불필요한 만남으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경북도 서울사무소 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조심하라`고 여러차례 주문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그렇고 우리 역시 몸조심하고 있다”며 “국비예산 확보 등 예산에 관한 얘기를 일절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며 “지역민원이 있다면 지역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할 뿐 `잘 부탁드린다`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자체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직접 얼굴을 보고 식사라도 하면서 지역사업을 설명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이라며 “주민 편익 증진을 위해 사업 예산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이마저도 조심스러워 우리 역시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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