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첫날 표정
고급음식점
포항-없거나 한 두 팀 뿐
서울-평소 1/3도 못미쳐
구내식당 등
포항-줄 서는 진풍경 연출
서울-예약자로 크게 붐벼

▲ 직원들로 붐비는 서울 여의도 구내식당. /연합뉴스

“김영란법을 의식해 가볍게 먹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식당가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일식집 등 고급음식점은 손님이 평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의도에서 고급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지켜봐야지. 당장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피감기관 직원들이 단체예약을 잡은 설렁탕집·중국집 등 1만원 이하의 식당들은 예약자들로 붐볐다. 실제 국회 구내식당은 법 시행 일주일 전부터 평소보다 이용객이 급증했다.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따로 약속을 잡지 않고 식당가를 배회했다. 심지어 의원실 관계자들이 함께 식사할 때 `더치페이`를 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기자들과 식사를 하는 출입처 관계자들도 `김영란법`을 의식해 3만원 이하의 음식을 먹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A의원실 한 관계자는 “평소에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먹었으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서로가 가볍게 먹자고 했다”며 “결국 1만원도 되지 않은 중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란법 시범케이스는 되지 말자”며 “법 시행 후 분위기를 좀 더 살펴보자는 말이 식사자리에서 나왔다”고 귀띔했다.

일부 보좌진들은 구내식당에서 홀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했다.

일부 음식점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2만9천920원의 `김영란 정식`을 마련했다. 부가세를 포함했으나 술이 들어갈 경우 3만원을 넘겨, 법 적용 대상자들에겐 `김영란 정식`도 주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지역 공공기관과 지역 음식점에도 김영란법 바람이 몰아쳤다. 점심 시간전까지 시청 감사담당관실에는 상담 전화가 이어졌다. 상담 내용은 주로 `누구와 식사 약속이 있는데 직무 관련성이 있느냐` `내가 밥값을 내기로 약속되어 있는데 괜찮겠느냐` 등이 대부분이었다.

포항시 양청직 감사담당관은 “직무 관련성이 명확한 내용도 있지만 모호한 경우도 있어 설명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며 “판단이 모호하거나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첫날 가장 달라진 풍속도는 점심 식사시간에서 나타났다. 포항시청 구내식당은 평소 300여 석의 자리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날은 달랐다.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고 일부 직원들은 돌아가기도 했다.

한 직원은 “식사 대상자와 직무 관련성을 따지는 것도 귀찮고 외부인들의 보는 눈총도 따가울 것같아 아예 구내식당을 택했다”며 “당분간 구내식당을 이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청 인근의 일반 식당은 종전과 별차이가 없었으나 일식과 육류 등 고급 식당은 손님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한 두팀 짝을 이뤄 식사를 하거나 아예 손님이 없는 곳도 있었다.

한 지자체 공보업무 담당 직원은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당분간 자제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1주일에 1~2회 정도 간담회를 갖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 `논실`의 한 고기집 사장은 “비싼 고기 대신 1만5천원대 점심 특선 메뉴를 개발하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지만, 손님이 안 오니 소용없다”며 “좀더 버텨보겠지만 그래도 안되면 문을 닫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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