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 처리에 뿔난 與
鄭의장 사과·의장직 사퇴 등
국감 보이콧 철회 조건 걸어
“與 없어도 예정대로 진행”
야권 `단독국감` 불사 의지
국감 첫날 파행 불보듯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김재수 농식품장관의 해임건의안 의결과 관련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명재 사무총장 앞에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이라고 쓰인 종이가 놓여 있다. 박 사무총장은 당의 모든 국정활동에 이 종이를 각자의 PC에 걸고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협치`를 화두로 내세웠던 20대 국회가 파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25일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채 정치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24일 새벽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 고발도 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함에 따라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역시 파행될 예정이다.

□ 與, 김재수 해임건의안 통과 반발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2시 원내부대표 회의, 오후 3시 긴급최고위원회를 잇따라 열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야당의 김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 문제뿐 아니라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정현 대표는 당사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을 무너뜨려 레임덕을 초래하고 레임덕이 와서 국정운영을 잘못했다는 것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요구할 것”이라며 “대선 전략 차원에서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은 일들을 국회의장석에 앉아있었던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민의당 사람들”이라며 “더민주의 이러한 대선전략, 한마디로 국민의당을 2중대로 이용해먹으려는 데 걸려들어서 국민의당이 2중대 노릇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이라 적힌 피켓을 PC에 붙이고 투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은 “(정 의장이) 협치라는 용어의 뜻과 균형을 정면으로 위협했을 뿐 아니라, 협의라는 국회 내 상생과 협치 정신을 위배하는 중대한 일을 저질렀다”며 “새누리당은 앞으로 의회국정활동에 있어서 상임위라든지 본회의에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이라는 명패를 각자의 PC에 걸고 끝까지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회는 상임위원회별로 2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2016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반쪽 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정국은 더욱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야당의 횡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정 의장은 중립적인 책임과 의무를 내던지고 20대 국회를 또다시 대결과 갈등의 현장으로 만든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새누리당은 반민주적 폭거 앞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보이콧 철회 조건으로 내건 것은 정 의장의 사과 및 의장직 사퇴, 야당의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무효 선언이다.

□ 야 3당은 `단독국감`이라도…

이에 야당은 `단독국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설사 집권당이 보이콧하더라도 야3당은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야3당은 오늘(25일) 오전에 원내대표 간에 전화통화를 했다.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할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새누리당에서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있을 수 없는 책임 회피”라며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전원 내일 국감에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과 관련해 각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상적으로 국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더민주는 상임위원장이 야당일 경우 정상적으로 국감을 집행하고 상임위원장이 여당일 경우 정상적으로 국감에 임하는 원칙 하에 26일은 오후 3시 이후 철수, 27일은 오전 동안 국감장에 대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처럼 여야가 대치함에 따라 26일 시작되는 국감은 첫날부터 파행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파행을 막을 뽀죡한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도하는 반쪽국감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우병우 수석 문제 등 총공세를 펴야 하는 야당 역시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크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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