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괴담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광우병 괴담`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세월호 괴담`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요즘에는 김천·성주지역을 중심으로 `사드괴담`이 맹위를 떨친다. 괴담은 `증명되지 않지만 사실처럼 떠도는 현대의 민담 또는 기담`을 뜻한다. 설화나 민담이 주로 권선징악 또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면 괴담은 누가 무슨 짓을 했다, 벌을 받았다, 이런 건 하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다. 왠지 그런 사실이 있을 것 같은 형식으로 구성돼 대중을 현혹시킨다. 이같은 괴담은 왜, 어떻게 발생할까. 흔히 유언비어는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많은 데, 모든 것이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정보의 부족에서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그런 불확실성이 유언비어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세월호 참사를 전후한 사실관계에 대해 궁금해하는 데, 제공된 정보는 불확실했다. 모두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바로 아니라는 발표가 나오고, 탑승자 숫자도 오락가락이었다. 참사가 일어난 경위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았다. 공식 발표만으로는 좀처럼 이해가 안 되고, 정보의 공백이 생긴다. 이 공백을 괴담이 메운 것이다.

요즘 대구·경북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괴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여느 괴담처럼 사드괴담 역시 내용은 끔찍하다.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해당지역 주민은 다 암에 걸리고, 여성은 불임이 될 것이며, 기형아가 태어날 것이라는 식이다. 물론 전혀 근거없는 얘기다.

그렇다해도 흉측한 내용의 사드괴담에 뒤숭숭해진 성주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성산포대 대신 김천지역과 인접한 롯데골프장을 새로운 후보지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천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곤경에 빠진 것은 김천지역구인 이철우 의원. 지난 총선에서 3선의원으로 당선돼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일본은 8개월간 주민설명회, 레이더 배치지역 현장방문 등 19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수용성을 높였다”면서 “우리는 주민설득 계획조차 없다보니 온갖 괴담들만 무성하고 이를 우려한 주민들이 거리로 나서 울부짖는 것”이라고 정부의 잘못을 질타하고 나섰다. 그래도 김천시민들의 반대가 숙지지 않자 이 의원은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만약 사드가 김천 인접지역에 설치될 경우 내가 그 지역으로 이사가서 살면서 사드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이 의원은 또 지난 9월 10일 일본 교토의 교가미사키 사드 레이더 기지를 직접 방문한 경험을 들어 “교가미사키 기지의 레이더 1.5km 지점에 159가구 370여 명이 살고 있는 어촌마을이 있고, 심지어 레이더 바로 옆에는 8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더라”면서 “이들은 한결같이 아무런 건강상의 이상 징후가 없으며, 심지어 기지 주변에 미군 관사도 들어설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유언비어가 폭넓게 퍼져 발전한 괴담이 뒤늦게 정보 공개를 한다고 해서 그리 쉬이 숙질 리 없다. 더구나 대부분 괴담에는 분노가 담긴다. 사람들이 소문을 믿는 주된 이유는 소문을 받아들이고 싶은 심리적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는 얘기다. 정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9·11테러 이후 발생한 괴담을 보라. 월드 트레이드 건물 붕괴는 이라크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정부가 조작한 테러라는 주장이 지금도 그럴듯하게 괴담으로 떠돌고 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괴담, 그 밑바닥에는 소통부재에서 오는 분노가 짙게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