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

▲ 이주형시인
▲ 이주형시인

민족 최대의 명절답게 꽤 긴 연휴였다.

누군가는 가을 휴가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명절과 휴가 분위기를 내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너무 좋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5.8 규모의 지진.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이번에는 흔들림이 컸다. 그 흔들림에 많은 피해까지 났다. 연휴 기간 내 TV들은 지진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말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 건 지진대 위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것. 정부는 경주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6.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내용을 연일 방송을 통해 내보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선동하기 좋아하는 언론들은 연일 지진 당시 상황을 내보내면서 국민 불안을 조장했다. 언론을 잘 믿지 않는 필자지만 언론이 무한반복해서 내보내는 피해 영상 장면, 특히 어느 상점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는 모습을 보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담, 흘러내린 기와지붕, 금이 간 벽 등을 보면서 필자는 더 무서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진 피해 장면도 장면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단층(斷層) 지도조차 없다는 뉴스를 보고는 필자의 불안 강도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안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필자는 단층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검색을 통해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은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구조라는 정확한 정의를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필자의 눈에 더 확실히 들어온 것은 `양산단층과 활성(活性)단층`이다. 양산단층은 단층이 있는 지역 이름을 딴 명칭이다.

그럼 활성단층은? `활성`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어떤 물질(物質)이 에너지, 빛, 촉매(觸媒) 따위에 의(依)하여 활동(活動)이 활발(活潑)하여지거나 반응(反應) 속도(速度)가 빨라지는 성질(性質)”. 우리는 여기서 “활동이 활발하여지거나”에 주목해야 한다. 즉 활성단층이란 활동이 활발한 단층을 의미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글을 쓰고 있는데 또 흔들린다. 그것도 심하게! 갑자기 휴대폰이 바빠졌다. 기숙사 학생들이 걱정된 학부모들의 걱정 전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학부모님들의 전화가 잠잠해지자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 중에 국민안전처에서 온 것도 있었다. “09.19 20:33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 규모 4.5 지진 발생”.

언론은 지난번에 발생한 5.8 지진의 여진이 일어났고,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되었다고 떠들어 댔다. 지금까지 300여 번의 여진이 발생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도가 강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여진에 의한 여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데 정말 뭔가 불안하다. 필자의 불안함을 증명해주는 법칙이 있는데 `하인리히 법칙`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지진은 어쩌면 더 강한 지진의 예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필자는 지진보다 더 크게 걱정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전 불감증이다. 우리는 양치기 이야기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큰 일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처음 몇 번이야 놀라서 뭔가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것이 몇 번 반복되고 아무 일도 없으면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버린다. 만성(慢性)병에 걸린 우둔한 인간들은 양치기 마을의 사람들이 그렇듯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양치기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활성단층 유무를 떠나 지진에 대해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만 싸우라고, 인간의 이기(利己)가 곧 큰 재앙을 불러올 거라고. 지금의 지진 양상은 분명 예전과 다르다. 5.8, 4.5의 지진은 인간을 속이기 위한 양치기 지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