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탐사
다시 형산강에서…
(22) 수은 재첩 논란… 포항시, 형산강 프로젝트 확대

▲ 멸종위기 1급 조류 월동지로 유명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유강리 일원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조성되는 `형산 에코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조감도.
▲ 멸종위기 1급 조류 월동지로 유명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중명리∼유강리 일원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조성되는 `형산 에코생태탐방로 조성사업` 조감도.

최근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에서 기준치의 약 886배에 이르는 수은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형산강은 지난 1980년대 도시화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산업폐수 등으로 인한 오염을 묵묵히 견뎌왔다. 하류 퇴적물 오염은 불가피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잖다. 포항시는 그동안 미비했던 `형산강 프로젝트`의 생태환경적 측면을 대폭 보완해 생태복원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형산강 프로젝트에서 생태복원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형산강 생태복원 마스터플랜` 수립… 2019년까지 대규모 준설
포항철강산단에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하고 하수관로도 정비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 늘리고 정기적으로 오염측정결과 공개


□ 형산강 수은 사태

형산강 수은 검출 사태는 지난 6월 21일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 대구 달성군의 한 마트에서 판매된 재첩을 수거,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0.5㎎/㎏) 보다 높은 0.7㎎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이어 하류에서 잡힌 회유성 어종인 황어에서도 수은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형산강 오염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포항시는 즉각 관련부서 4개를 묶은 `형산강 생태계 보전 대책 특별팀`을 구성, 사태파악과 대책마련에 나섰다. 국립수산원이 지난달 2일과 10일 형산강 섬안대교 상·하류 4개 지점에 대한 해수퇴적물을 검사한 결과 하류 0.1㎞지점에서 기준치(0.11㎎/㎏)의 약 886배인 수은 97.5㎎/㎏가 검출되는 등 모든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번 사태로 형산강은 물론 포항철강공단의 오염물 배출 실태가 전국적인 오명을 얻게 돼 해양관광과 수산업은 물론 도시 이미지 전체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하지만, 같은 달 8일 국립수산과학원이 실시한 형산강 해수의 수질검사에서는 중금속 성분이 나오지 않았고, 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형산강 퇴적물에 대한 정밀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정확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53만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 퇴적물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수은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 형산강프로젝트 생태환경 부문 대폭 보완

포항시는 지난달 23일과 지난 1일 형산강 수질개선 방안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최근 `수은 채접` 논란 이후 형산강 하류 퇴적물 수은검출 등 형산강 수질문제와 관련, 경주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형산강 프로젝트를 생태환경적으로 보완하고자 진행됐다.

회의에는 수계를 공유하는 울산과 경주의 수질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특히, 생태복원 성공사례로 꼽히는 울산 태화강 연구책임자였던 이상현 울산발전연구원 기획경영실장을 초청해 `태화강 마스터플랜(2006년)`을 공유했다.

시는 형산강 생태복원을 위해 형산강 전체를 아우르는 환경친화적 `형산강 생태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 체계적인 개발을 통해 생태산업도시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치수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벗어나 생태복원 하천개발로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사업 공간으로 추진한다는 것.

▲ 지난달 25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섬안큰다리 인근에서 형산강 하천 퇴적물 오염도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 지난달 25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섬안큰다리 인근에서 형산강 하천 퇴적물 오염도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경북매일 DB
중금속이 검출된 퇴적물 준설사업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2019년까지 560억원의 국비를 투입하는 대규모 준설사업을 계획 중이다.

포항지역 대표 오염원으로 꼽히는 포항철강산업단지도 대폭 손본다. 오는 2020년 말까지 총 160억원을 투입해 완충저류시설과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철강산단 내 유독물 유출 등 수질오염 사고 시 오염물질 차단으로 형산강 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비점오염시설을 설치 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 내 흐르는 구무천과 공단천 9.5㎞ 구간을 준설하고, 철강공단 내 우·오수를 분리하는 하수관로 정비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시는 남구 송내동, 괴동동, 장흥동 일원 28㎞ 구간의 하수관로와 2천250곳의 배수설비를 정비해 형산강 오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할 계획이다. `수은 재첩` 사태로 야기된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형산강 퇴적물 측정망 운영지점도 증설한다.

현재 연일대교 인근에서 운영 중인 퇴적물 측정망을 섬안대교 아래에도 설치해 정기적으로 수은(Hg) 등 7개 항목의 금속물에 대한 오염을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 시는 형산강 하류를 중심으로 총사업비 35억을 투입해 생태탐방로와 생태환경 전망대 등을 조성하는 `형산 에코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올해 착공한다.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문제점을 친환경적으로 대응하고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테마랜드 조성 사업`도 내년 예산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김종식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형산강의 지속 가능한 개발로 치수안전성을 확보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개선 생태 복원사업 추진으로 시민 삶의 터전인 형산강을 보전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생태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생태복원 성공사례 `태화강 마스터플랜`

울산시는 2000년도에 태화강 복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놓고도 사업 효과를 높이려고 2년여 간 오·폐수 유입을 줄이는 일에 집중했다.

또 생태계 파괴라는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 등의 반대를 잠재우고 참여를 유도하고자 시민 전체가 공감하는 친환경적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십리대밭 보호는 물론 주거지역으로 풀린 태화들(44만2천㎡)을 친수 공간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나설 정도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태화강 마스터 플랜의 성공 키워드는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인 셈이다. 태화강 복원사업은 하천의 수질개선은 물론, 울산 연안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낳았다.

2002년 본격적으로 태화강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태화강 수질은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섰고, 2011년부터 1등급을 유지하며 도심 속의 청정 하천으로 변모했다. 특히, 태화강이 흘러드는 울산 연안의 COD 농도도 사업초기 1.71ppm에서 2012년 1.05ppm으로 61.4% 개선되는 호영향을 미쳤다. 태화강 복원사업은 공공수역의 오염관리를 바다와 하천으로 분리해 추진하던 과거 정책에서 벗어나 하천을 통해 바다 수질을 개선한 중요한 정책사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성공적인 생태복원사업으로 휴식 공간을 넘어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태화강 사례가 형산강 수은 사태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형산강지킴이 김상춘 회장
▲ 형산강지킴이 김상춘 회장
“포항철강공단 오염물질 배출이 사실로
강동·천북산단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형산강환경지킴이(회장 김상춘·사진)는 지난 2007년 5월9일 결성 이래 회원들의 사재를 들여 환경보호활동과 답사를 이어온 순수 민간조직이다. 형산강 수질개선을 위해 9년여간 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형산강 수은 사태`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가 형산강 수질의 바로미터라고 지적했다.

11일 만난 김상춘 회장은 “이번 사태는 구무천과 칠성천을 통해 포항철강공단 폐수가 흘러들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철강공단의 오염물질 배출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정밀검사도 거치지 않고 칠성천과 구무천이 흘러드는 지점에서 재첩을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한 포항시의 행정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주지역 산업단지에 대한 감시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포항철강산단을 비롯해 경주 강동산단과 천북산단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자체 간 월권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행정을 펼친다면 형산강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형산강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포항·경주의 화합과 관광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형산강 생태를 복원하는 일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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