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9)경상도한과·강정

▲ 경상도한과·강정의 대표제품

한과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다. 한과 없이는 잔치도 못하고, 제사도 못 지낸다. 과거 왕실은 물론 양반, 일반 백성들까지 혼례나 환갑, 제사, 명절 등 잔치나 의례 음식으로 한과를 숭상했다. 연회 때 올리는 상차림에는 한과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각광받았다.

전통한과 명가인 `경상도한과·강정`(대표 이우년)은 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시 대표 식품강소기업이다. 이우년 대표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먹을거리가 풍성하지 않은 시대였다. 한과는 집안에 제사가 있거나 명절 때 겨우 맛볼 수 있었던 매우 귀한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매일 온도·습도따라 조리법 조정… 결과물도 매번 달라
식물성 재료로 다양한 색… 단맛 적고 아삭한 맛 `일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가업

이우년 대표는 아내 구윤선 부대표와 함께 가업을 이어 2대째 한과를 만들고 있다. 50년 전, 이 대표의 어머니는 당시 생계 수단으로 한과를 만들어 재래시장에서 팔았다. 배운 게 그뿐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고를 만들자`라는 신조로 늘 정성을 들였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던 이 대표는 “모친은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에 음식 솜씨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연구도 많이 하고, 실패도 수없이 겪었다고 했다. 이어 “한밤중에 주무시다가도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한과를 만드셨다”며 웃었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이 대표는 장남으로서 집안의 업(業)을 잇기로 결심했다. 한과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큰 공장부터 하나 마련해야겠다 싶어 공기 좋고 교통 편리한 북구 흥해읍 대련리에 대지 870평, 건평 300평 규모의 사업장을 꾸렸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 역시 성장통을 겪었다. 사업규모가 커지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구 사장은 “한과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음식”이라며 “여러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는데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해 매일 달라지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조리법을 조정한다. 결과물도 매번 다르다”고 말했다.

 

◇`정성`이 경상도한과의 경쟁력

경상도한과·강정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단맛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직접 만든 조청은 한과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합성색소나 보존료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때문에 기온이 높은 무더운 여름에는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이우년 대표는 “지난 세월의 깊이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노력한 결과, 연하고 달지 않은 전통과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소리에 이어 부드럽고 포근하게 녹는 맛이 오감을 자극한다.

 

▲ 구윤선 경상도한과·강정 사장.
▲ 이우년 경상도한과·강정 대표.

시대가 달라졌지만, 기계나 장비로부터는 최소한의 도움만 받는다. 대신 자연에서 얻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한과를 만든다. 백년초와 파래, 쑥, 부추 등에서 채취한 색과 향으로 지역색을 입히는 것이다.

`경상도강정이 꽤 괜찮게 제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우체국쇼핑을 비롯해 납품업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최근엔 유과와 강정, 기타곡물가공품 등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 대표는 “남들이 봤을 때 `와, 정성이 들어갔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한과를 만드는데 직접 손을 거치지 않는 공정은 없다. 그러지 않고선 제대로 된 완제품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 치열…장인정신으로 버텨

정작 한과 식품업계가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신제품을 만들어도, 매년 설날과 추석 명절이 지나면 금세 다른 업체들도 따라 만든다. 경쟁력을 쌓기 힘든데다 매출도 쉽게 오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요즘 한과시장이 전체적으로 너무 어렵다. `귀한` 전통음식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며 “워낙 먹거리가 많다 보니 한과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피자, 햄버거, 치킨처럼 서양식품을 좋아한다. 첨가물이 들어간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자꾸 맛있다고 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과거와 달리 경상도한과·강정은 설날과 추석 명절뿐만 아니라 한여름, 한겨울에도 손이 모자란다. 지난해 캐나다에 이어 올해는 동남아, 미국 등으로 한과를 수출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 있는 교민들에게 맞춤 제작한 강정을 판매해 호평을 얻었다고.

이 대표는 “모친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배운 게 한과뿐”이라며“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장인정신 때문”이라고 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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