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도청시대
안동 농특산물의 경쟁력과 비전
③ 안동 특산품 등록 제1호 `안동간고등어`의 미래

▲ 안동간고등어와 함께 차려진 밥상.

안동간고등어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IMF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던 2000년 탄생했다. 당시 한국은 건국 이래 최대 금융위기로 빚어진 실직과 도산의 회오리 속에서 도시 서민들이 처한 현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국민들에게 선보인 안동간고등어는 암울한 현실을 잊고 어릴 적 추억을 생각나게 만든 특산품이었다. 그 짭짤하고 고소한 맛은 매서운 IMF 난국을 함께 견뎌내기에 충분했다. 출시되자마자 전국 유명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홈쇼핑과 쇼핑몰 등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창업 초기부터 미국과 중국에 수출까지 했다. 고등어 수출국인 노르웨이도 간고등어 수출만큼은 생각하지 못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간고등어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린 안동간고등어는 APEC 방콕회의에서 `글로벌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고 `육지 속 생선`인데도 바닷가를 제치고 농수산식품부로부터 수산물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창업 이후 산업포장과 대통령상, 장관 표창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원더풀 K-fish`라는 웹툰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바다없는 내륙 안동서 탄생… 수백년간 이어온 민초들의 먹거리
세계 유일 간고등어 美·中 수출… APEC `글로벌 우수브랜드` 선정도
안동간고등어 제안 `원더풀 K-fish` 웹툰 본격착수
전국 넘어 세계 소비자 호감도 UP 기대
경북 수산물 유통 거점센터로 전국 유통망 넓히고
기업 전략적 제휴로 경북도 수산물 공동 수출길 개척 앞장

□ 안동 `간+고등어`의 탄생

동해산 고등어가 영덕 강구항에서 등짐장수 등에 업혀 영덕 황장재와 가랫재 두 고갯길을 넘어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으로 시집을 오느라 긴 여정에 나선다. 이와 함께 서해산 천일염이 부산에서 낙동강 칠백리를 따라 소금배에 실려 안동에 이르게 된다. 이 두 가지가 마치 `신랑각시`처럼 안동 신시장에서 극적으로 만나 `간+고등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켰다. 이 이야기가 `내륙지역 특산 생선` 안동간고등어 탄생의 지리적 배경이다.

□ 수백년 이어온 `안동간고등어` 내륙으로

냉장고가 없고,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안동에서 탄생한 염장 안동간고등어는 육로와 뱃길을 따라 다시 내륙 깊숙이 팔려 나갔다. 등짐장수와 달구지로 죽령 고갯길을 넘어 강원도 정선, 태백 그리고 충청도 단양, 제천, 멀리는 옥천까지 팔려 나갔다. 경상도는 대구와 김천, 상주까지 전해졌다. 낙동강 뱃길로는 안동에 소금을 내려놓은 빈 배가 주 유통수단이었다. 강 중류지역인 군위, 영천, 경산, 달성, 영천으로 안동간고등어를 실어 날랐다. 안동간고등어는 이처럼 바다가 없는 안동의 지리적, 전통적 특성을 기반으로 민초들의 삶 속에 자리잡게 되면서 안동지역 특산품으로 수백 년을 이어왔다.

 

▲ 안동간고등어 제품.
▲ 안동간고등어 제품.

□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등짐장수와 행상 그리고 신시장 어물전 간잽이들은 한때 안동 경제를 좌지우지 했다고 전해진다. 충청, 강원, 경북 일원에만 유통되던 안동간고등어가 전국으로 판매망이 확대된 시기는 1997년 IMF환란 직후인 2000년대 초였다.

IMF사태로 수천 개의 중소기업이 도산되고 특산품이란 특산품은 모조리 부도사태를 맞아 생산이 중단되는 등 건국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이 도래했다. 울면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야만 했다. 그 시절 도산과 실직에 내몰렸던 도시민들에게 안동간고등어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 IMF 절망 속에서도 용기를 북돋워주고 “그래, 다시 뛰자,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재건의 다짐을 부추겼다.

“고향집 어머니가 밥 위에 올려주던 그 맛, 따스한 어머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그때 그 짭짤한 밥반찬.”

안동간고등어는 그들에게 절망에서 희망을, 좌절에서 용기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찬거리였으며, 서민들에게는 시대적 가치로 부각됐다, 감성을 파는 상품 그 자체였다.

□ 국민적 먹거리로 부상

진공 포장으로 재래식 어물전 생선에서 위생적 생산이 가능해진 안동간고등어의 시제품이 양산체제를 구축하면서, 그야말로 국민적 먹거리로 부상됐다.

특히 이때는 택배산업과 홈쇼핑산업이 새롭게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어물전 간고등어가 냉동 포장상품으로 변신하면서 택배상품과 홈쇼핑상품으로 재탄생해 전국으로 날개를 단 듯이 팔려나갔다. 어물전 한 귀퉁이에 진열됐던 간고등어가 백화점 수산식품 매대에서 명실공히 국민생선으로 등극한다.

안동간고등어가 먹거리로서만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서민의 삶을 대변하며, 외길 인생을 걸어온 50년 간잽이 고 이동삼 선생의 업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위기 속에서 기회를

안동간고등어는 한·일어업협정으로 어민들의 조업이 위축되면서 `어장과 어선 감축`이라는 위축 일로의 곤경에 처한 현실과 수입 생선의 국내시장 저가공세가 판을 치는 FTA시대까지 맞닥뜨려 쇠락의 위기를 마주한 수산업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생선`의 자격으로 미국과 중국에 당당하게 수출돼 왔다.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은 규격(치수) 미달의 작은 생선을 사료나 유기질 비료 원료로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마당에 안동간고등어의 지속적인 수출은 괄목할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고등어가 아닌 기초가공 상태의 `간고등어`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노르웨이처럼 생선 수출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난 16년 동안의 내수 신장과 수출 성과로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 간잽이 이동삼 명인과 그의 제자들이 전통방식 그대로 염장을 재연하고 있다.
▲ 간잽이 이동삼 명인과 그의 제자들이 전통방식 그대로 염장을 재연하고 있다.

□ 세계가 인정한 명품

안동간고등어는 태평양연안국가 모임인 APEC 방콕회의에서 글로벌 우수브랜드로 선정됐다. 일본의 두 학자는 안동간고등어 상표와 제조과정, 기업형태 등을 연구해 가장 쉽게 산업화 할 수 있는 모델이고,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기업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안동간고등어는 어느 나라에도 수출할 수 있고, 세계인의 식탁 어느 곳에도 올릴 수 있는 식자재형 `씨푸드` 상품으로 지구촌 사람들이 `월드푸드`로 가치가 높다고 극찬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가치를 낳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대로 사업에 옮긴 안동간고등어의 창업정신도 상품 못지않은 시대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 경북도내 또 다른 생선 브랜드화 계획

실지로 글로벌 우수브랜드의 상표명에 걸맞도록 그동안 미국 뉴욕에 간고등어 공장을 만들고, 중국 길림성 용정시에 한·중 합작 간고등어 공장을 세웠다. 앞으로 태평양 생선을 잡을 수 있는 연안 국가마다 안동간고등어 염장공장을 하나씩 세울 계획이다.

이즈음 간고등어만이 세계화가 가능한 생선이 아니라 다양한 한국 생선 모두가 세계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생선 중에서도 가장 서민적이고 가장 많이 잡혀 어물전마다 발에 채일 정도로 가장 흔한 게 고등어인데도 외국인이 즐겨 먹는 수출상품으로 다듬어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해·남해·서해에서 잡히는 생선 그 무엇도 고등어보다 고급 어종이고, 경쟁력 있는 생선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에 안동간고등어는 16년의 노하우를 다른 지역의 우수한 생선에도 접목시켜 새로운 `글로벌브랜드`를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 세계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고, 화장품을 바르고, `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에 빠져 한국을 찾고,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생겨난다. 이러한 때에 한반도의 우수한 생선들을 스토리텔링하고 브랜드화 해 수출상품화 한다면 이들 생선 수출 강소기업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생선강국으로 변화시킬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16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지원 사업`에서 안동간고등어가 제안한 `원더풀 K-fish` 웹툰 제작 국비사업을 성사시켜 조만간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이는 안동간고등어만이 아니라 경북도 내 각 지역 수산물에 스토리를 입히고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이미지화 작업을 하는 첫 번째 시도로 성과가 기대된다.

안동간고등어는 앞으로 경북 수산물 브랜드화와 함께 수산물 유통업체들로 컨소시엄을 구축해 특산생선 명품화 및 공동유통·공동수출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산생선 공동유통의 골자는 명품생선 생산은 바닷가에서 하고, 내륙지역인 안동은 경북 수산물 유통 거점센터로 거듭나 전국으로 유통망을 넓히는 한편 내수를 기반으로 기업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공동 수출길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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