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까지 겹쳐
사과·생강·콩 등
안동지역 피해 급증
화상피해 보험도 안돼
농민들 속만 타들어가

▲ 23일 안동시 길안면의 한 과수 농부가 일소 피해로 시커멓게 타들어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추석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폭염과 가뭄으로 시커멓게 멍든 사과보세요. 올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한숨만 나옵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절기인 `처서`가 무색하게 한낮 기온이 34℃까지 오른 23일 오후 계속된 폭염과 가뭄으로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에서 추석 대목에 맞춰 수확에 나선 손인석(52)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만9천834㎡(6천평) 규모의 손씨의 사과밭에는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고랑마다 떨어진 사과가 수십 개씩 나뒹굴었다. 무더위 때문에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발생해 사과가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나무에 달려 있는 사과들도 강한 햇볕에 노출된 탓에 과실이 화상을 입는 일소(日燒)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손씨는 “일교차가 커야 당도가 높은데, 요즘 열대야가 지속된 탓에 당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추석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사과 절반 이상이 상품가치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문제는 일소로 인한 피해는 보상조차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농산물재해보험에는 일소 피해에 대한 보상내용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으로 남게 됐다.

해마다 손씨 과수원에서 생산되는 사과 수확량은 평균 2t. 예년 어른 주먹 2개만하던 사과 크기는 올해 테니스공 수준으로 반토막난 수확량에 울상이다.

 

▲ 사과 재배농 손인석씨의 과수원 밭고랑마다 낙과한 사과가 수십 개씩 나뒹굴고 있다.  <br /><br />/손병현기자
▲ 사과 재배농 손인석씨의 과수원 밭고랑마다 낙과한 사과가 수십 개씩 나뒹굴고 있다. /손병현기자

손씨 과수원 인근 지역의 밭작물 농가에서도 폭염·가뭄으로 애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다. 앞으로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현재 안동지역에서 콩 12㏊와 고추 10㏊, 생강 등 26.5㏊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안동시 풍산읍 수리에서 1천320㎡(400평) 규모의 생강 농사를 짓는 권오학(61)씨도 폭염과 가뭄피해가 발생했지만 속수무책이다.

기온이 30℃가 넘으면서 생강 뿌리의 생육이 더디고 잎마저 햇빛에 타들어 가는 일소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역 축산 농가도 힘겹다. 23일 안동시에 따르면 현재 폭염으로 인한 가축폐사 피해 농가는 모두 23곳이다.

이 가운데 양계농가 18곳에서 닭 7만8천700마리가 폐사했다. 이들 농가는 연일 아침부터 축사의 온도를 1℃라도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돌려보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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