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의 지속으로 농작물의 작황부진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역을 비롯한 시중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추석을 20여 일 앞두고 나타난 물가상승 추세는 추석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물가폭등은 곧바로 영세민 등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안정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고 있다.

경북도 물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당 2천257원이었던 배추가 올 8월 현재 588원(26%) 오른 2천845원(경북 평균)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산쇠고기도 지난해 8월 500g당 2만5천765원에서 3만2천원으로 상승(24%)했다. 8월 현재 경북지역의 배 1상자 평균 가격은 3만53원으로 지난해보다 2천419원(8.8%) 가까이 뛰었다. 산지 생육이 부진한 배는 출하가 시작돼도 상승폭이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폭염에 의한 양식장 피해의 여파로 수산물의 경우도 가격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aT)의 집계도 다르지 않다. 22일 현재 시금치 1kg가격은 1만4천62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8.1% 올랐다. 최근 한 달 새 기준으로는 무려 136.1%나 치솟았다. 풋고추(100g) 가격은 1천192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2.7% 급등했고, 오이 10개 가격도 8천921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5% 올랐다. 미나리(1kg)는 14.3%, 붉은고추 (100g) 11.9%, 열무(1kg)도 11.3% 상승했으며 깻잎도 4.2% 올랐다. 이 같은 악재는 제수용품에 대한 가격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물가와의 전쟁은 좀처럼 성과를 내기 어려운 숙제였다. 이명박정부 시절엔 배추국장, 무국장 등 품목별 담당관까지 두고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박근혜정부도 직거래 등을 통한 유통 경쟁체계 도입과 양파, 무의 국내산 비축 추가 및 계약재배 확대방안 등을 담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추진해왔으나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천수답 농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작황량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다보니 치솟는 물가 앞에 속수무책이다. 기후 예측에 따라 작황량을 조절하는 등 세밀하고 과학적인 농정이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주요 수급불안 품목에 대해선 저온저장고 등을 통해 정부 비축물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중간상들의 폭리를 줄이기 위해 유통단계를 개선하는 작업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폭등기미를 보이고 있는 물가 앞에서 민초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서민들의 우울한 명절나기를 보듬어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