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가 여유 있게 우승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훌륭히 이겼고 남편 남기협 스윙코치의 건실한 외조(外助), 그리고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뒷바라지 해준 박세리 감독의 정성이 모아진 삼위일체의 위력 덕분이다. 당초 박 선수는 손가락 부상으로 인한 난조 때문에 올림픽 참여를 망설였다. “국민의 기대는 높은데 성적을 내지 못하면 그 비난의 소리를 어떻게 감당하나. 불참하면 욕은 먹지 않겠지” 그러나 남편과 박세리 선배의 얼굴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고 한다.

박 선수는 한 밤중에 남편과 함께 옥상에 올라가 스윙폼을 새롭게 다지는 훈련을 쌓았다. 항상 말 없이 무뚝뚝한 경주 사나이는 아내의 성공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했다. 골프선수에게 손가락 부상은 치명적이지만 스윙폼을 바꿈으로써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고 마침내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으며 우상처럼 존경하고 의지했던 박세리 선배가 감독을 맡으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한국의 여자골프 선수 중에서 `박세리 키즈` 아닌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가 IMF로 신음할 무렵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과 `힘겨운 우승`은 수많은 박세리 키즈가 나올 원동력이 됐고 국민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한국 여자골프의 개척자 박세리 감독은 `골퍼로서의 어려운 과정`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박인비에게 `족집게 과외`를 시킬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언니 리더십`을 발휘했다. 가족처럼 어머니처럼 팀원들을 챙겼다. “우리 인비 밥 챙겨줘야 해”라며 직접 장을 봐와서 요리를 했다. 선수들의 식성을 알아서 박인비에게는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그리고 경기중에는 육포 등 간식을 준비했다. 선수들은 “집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집밥을 먹는 느낌”이라 했다.

박 감독은 평소 “언니처럼 의지할 수 있는 우산이 돼주고 싶은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했는데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그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긴장감은 몸을 굳게 만드므로 긴장을 쉴새 없이 풀어주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그래서 실없는 농담도 건네고 유머로 웃기기도 했다. 부담감을 주는 잔소리나 주문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경기는 연습처럼, 연습은 경기처럼” “보기를 해도 괜찮아. 그냥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조언했다.

박인비가 여유 있게 우승하자 박 감독은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선수일 때 우승의 기쁨보다 지금의 감동이 훨씬 좋다. 감독으로서 최고의 순간이다”고 했다. 청출어람이 스승·선배의 최고 영광이 아니겠는가. 박 감독은`지도자의 보람과 영예`를 최대한 누릴 자격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