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수<br /><br />신부·구미종합사회복지관장
▲ 정석수 신부·구미종합사회복지관장

`코헬렛`의 저자 솔로몬은 세상의 일을 통하여 깊은 허무를 경험하였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라고 했다.

히브리어에 있어 `허무`는 `입김, 실바람, 수증기`라는 뜻이다. 인간의 권력도, 재물도, 심지어 인간의 목숨까지도 하느님 앞에서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수증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가지지 못한 권력에 취해 보고픈 유혹, 맘껏 사용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재물이 있기를 바란다.

솔로몬은 `코헬렛`의 마지막 장에서 늙음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젊음의 날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 그릇이 깨어지며 샘에서 물동이가 부서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깨어지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고 세상의 창조주를 기억하도록 일깨워 주고 있다.

바오로는 세상 위, 하느님을 바라보게 한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을 넘어 영원의 시선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 주고 있다.

땅에 있는 일, 권력과 재물과, 방탕은 이미 솔로몬이 경험했던 것이다. 세상적인 재미를 주는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콜로 3,5)의 그 끝은 죽음이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유산 분배자가 되어 달라고 청하였다. 이에 예수님은 분배자가 되기보다 땅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제시해 주셨다.

땅에서 나오는 소출로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재산에 매이지 않도록 요청하신다. 그러면서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이 되도록 깨우쳐 주셨다.

하느님 없이, `자신만을 위한 것`은 결국 허무로 돌아간다. 요즘 세간에 진모씨와 김모씨 두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청운의 꿈을 키운 두 사람, 한 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와 일찍이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새로운 게임(game)사업을 개척한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돈으로 한 사람은 권력으로, 이 둘의 합이 세상을 밝게 하는 등불이 아니어서 너무 안타깝다. 남에게는 엄했으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처신이 결국 공직 수행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었다.

어떤 부유한 사람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는 무엇을 알려 주고 있는가?

아무리 많이 쌓아 두고 먹고 마시며 즐겨도 결국 “어리석은 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웃은 없고 자신만을 위하는 삶의 끝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고 있다.

십여 년 전,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갔었다. 199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기순 코미디언이 와서 조용하게 기부하고 가는 것을 봤다. 그가 환치기를 통하여 행했던 행위로 인하여 세간의 질타를 받았던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가 자신만의 유희, 도박에서 빠져나와 이웃을 위한 공익에 힘쓰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 적이 있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예수님은 부와 생명의 관계를 명쾌하게 밝히면서 그 출발점, 탐욕을 경계하도록 했다.

자신만을 위해서 재화를 모으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자가 되도록 재물을 사용하는 슬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