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원 11명 12년만에 야심찬 재도전
해발 7천400m 도달했으나 불가피하게 포기

속보 =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산 K2(8천611m)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료를 잃은 아픔을 딛고 12년 만에 카라코람산맥 K2 등정에 도전한 경북 산악인<본지 6월 2일자 4면 보도 등>들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원정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젊은 대원들의 강인한 정신을 확인하며, 경북산악연맹 미래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26일 경북산악연맹(회장 김유복)에 따르면 `2016 경북산악연맹 K2 원정대`는 포항·구미·문경·김천·경주·안동·청송 등 경북 전 지역에서 선발된 11명의 베테랑 산악구조요원으로 구성돼 지난달 12일 출국했다.

이번 원정대를 이끈 박재석 대장과 김병구, 남영모씨 등은 지난 2004년에도 K2에 도전했던 지역 대표 산악인이다.

지난달 26일 베이스캠프에 입성한 원정단의 일정은 지난 13일 눈보라가 시작되기 전까지 순조로웠다. 전 대원을 투입해 정상을 1천200여m 앞둔 해발 7천400m에 3번째 전진캠프를 구축하는 데 성공, 12년 전 실패한 K2 정복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갔다. 이후 극지법과 알파인 스타일을 적절히 배합한 `세미 알파인 스타일`로 14일 1차 정상 등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날 시작된 눈보라가 최종캠프 루트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거세졌고, 대원 전원이 베이스캠프로 하산해야만 했다. 이 눈은 7일 동안 계속됐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대원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눈이 그친 21일 원정단은 2차 정상등정을 위해 아이젠을 단단히 고쳐 맸다. 베테랑 남영모 대원과 차세대 이상구 대원을 등정조, 나머지 전 대원을 지원조로 편성해 전진 캠프로 출발했다.

야속한 하늘이 이날 저녁부터 다시 눈을 토해냈지만, 전 대원은 거센 눈보라를 뚫고 22일 미리 구축해놓은 첫 번째 전진 캠프에 도착했다. 기상은 점점 나빠졌고, 등정조 2명과 셰르파 2명을 남겨두고 전 대원이 베이스캠프로 되돌아왔다.

설상가상 이튿날 오전 5시 50분부터 K2 전 지역에 산소통 폭발음이 울려 펴졌다. 이 소리는 산악인들에게 눈사태 발생을 알리는 소리.

박재석 대장은 전진기지에 남아있던 셰르파를 3번째 캠프로 보내 현장상황을 파악했고,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세번째 캠프 상부의 바위가 무너지며 눈사태를 일으켰고, 세계 각국 12개팀 텐트가 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간 참담한 상황을 셰르파로부터 전해들었다. 텐트와 함께 정상 등반을 위해 보관했던 GPS와 산소통, 식량 등 필수장비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 모인 130여명 산악인들은 베이스캠프에서 K2 등정 포기를 결정했다.

박재석 K2 원정단 대장은 “비록 다음을 기약하게 됐지만, 경북산악연맹 원정대는 세계 12개 팀의 리더가 돼 등반을 주도하는 모범적인 등반을 했다”면서 “오전 일찍 눈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모든 경북산악인들이 격려하고 걱정해주신 덕분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신 강석호 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님과 김유복 경북산악협회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즌 K2를 비롯한 G1, G2, 낭가파르바트 등반에 나선 모든 파키스탄 원정대들이 실패해 원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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