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흥해읍 `정영희 고등어추어탕`

▲ 북구 흥해읍의 정영희 고등어추어탕.

`맛집기자`를 하려고 그랬는지, 어릴 적부터 식성이 좋았다. 어렴풋한 기억에 어머니의 증언을 더하자면, 밥을 먹다 부모님이 입씨름을 벌일 때 어린 나는 숟가락을 한 손에 들고 “밥 좀 먹자!”며 울었다고 한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지금도 보양식 한두 가지를 빼곤 모두 잘 먹는 편이다.

그래도 피하는 음식은 있었다.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 국, 추어탕이다. 맛 때문은 아니었다. 고등어, 갈치, 꽁치를 좋아해 생선이라는 이유도 통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한 무더기 사온 어머니는 넓은 대야에 그것을 풀어놓곤 했다. 매끈한 몸을 쉴 새 없이 좌우로 움직이던 미꾸라지는 곧 형체가 없어지고, 국이 되어 식탁에 올랐다. 살아 있던 미꾸라지가 생각나 차마 떠먹을 수 없었다.

당시 추어탕은 내게 어른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어른이 되면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어머니는 “요즘엔 미꾸라지가 없다”며 고등어를 추어탕처럼 조리해 국을 끓였다. 바닷가가 인접한 우리 지역에서는 고등어로 만든 추어탕이 향토 음식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어머니가 만든 고등어추어탕에 밥 한 공기 말아 먹고 나면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못 먹는 음식도 하나 줄었다.

지난여름, 지인 소개로 북구 흥해읍의 `정영희 고등어추어탕` 식당에 갔었다. 어머니 손맛과 비슷해 그 맛이 인상깊었다. 지난주 또 한 번 그 집을 찾았다. 다시 보니 한 그릇에 6천원으로 가격이 저렴한데다 양도 푸짐해 주변에 알려야겠다 싶었다. 주문 포장해 갖고 가는 손님도 있어 `맛집`이라 확신했다.

 

▲ 고등어를 삶아 살을 발라낸 뒤 추어탕처럼 끓인 고등어추어탕. 취향 따라 다진 마늘, 매운 고추, 산초가루를 곁들어 먹으면 된다.   <br /><br />/김혜영기자
▲ 고등어를 삶아 살을 발라낸 뒤 추어탕처럼 끓인 고등어추어탕. 취향 따라 다진 마늘, 매운 고추, 산초가루를 곁들어 먹으면 된다. /김혜영기자

이 집 고등어추어탕은 이름 그대로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를 삶아 살만 발라내고 갖은 채소와 함께 끓인 국이다. 걸쭉하지만 구수하면서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향토 음식으로 불리는 만큼 지역 특색이 담겼다. 다진 마늘과 매운 고추를 국물에 풀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입맛에 따라 산초가루를 뿌려도 된다. 풍미가 더 깊어진다. 평소 `추어탕 애호가`라던 한 선배는 “이 집 참 맛있다”라며 아예 뚝배기를 들고 마셔버렸다.

반찬도 하나하나 나무랄 게 없다. 제철 나물을 무친 초록 반찬이 주를 이루는데 그 중 가자미조림이 별미다. 달콤한 양념에 버무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밥 도둑으로 통한다.

속도 든든하다. 고등어의 영양성분은 미꾸라지에 뒤지지 않는다. 등 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바닷가 근처 사는 사람들은 고등어추어탕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도 했다. 괜히 보양식이 아니다. 이 집에선 밥도 양껏 먹을 수 있다. 추가 밥값은 받지 않는다.

연일 30℃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포로가 된 입맛과 기력은 고등어추어탕 한 그릇에 무장해제 된다.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해서 고등어 맛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예부터 전해져오는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그 맛을 즐기면 된다. 옛 추억 떠올리게 하는 고등어추어탕으로 한여름 견디다 보면, 어느덧 살 오른 미꾸라지가 식탁에 오를 계절도 다가온다.

/김혜영기자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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