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최훈 군, 경찰관이 꿈
사고현장 교통정리만 수십건
최근 사고 목격하고 솔선수범
사고대비 호루라기 항상 지참

▲ 포항시 북구 덕산동 육거리에서 사고차량 발견 후 최훈 학생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합니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날.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에서 주위가 떠나가라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는 `민중의 지팡이`를 만났다.

주인공은 경주공업고등학교 2학년 최훈(16·포항시 남구 송도동)군. 흔히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최 군은 지난 21일 오후 4시께 포항중앙상가 인근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고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사고차량 운전자에게 “비상등을 켜시고 경찰이나 보험회사를 부르세요. 교통정리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한 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바로 호루라기였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항상 들고 다닌다고.

차량 뒤쪽으로 달려간 최 군은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식 교통수신호는 아니지만, 최 군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좌우로 내젓자 사고로 마비됐던 교통이 원활해지기 시작했다.

최 군의 쩌렁쩌렁한 호루라기 소리는 사고 현장이 수습된 후에야 멈췄다.

“사람들을 돕는 일이 좋아요. 잘은 못하지만, 2차 사고를 예방하려면 교통통제가 꼭 필요하다고 해서…”

수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던 그의 선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타고온 자전거에 야간 교통통제에 쓰이는 경광등이 떡 하니 실려 있었던 것이다.

확인결과 그는 이날만 2번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교통정리를 했고, 지난 1년 동안 수십 차례 이 같은 봉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고 수시로 순찰도 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는 그의 꿈은 교통경찰관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해야 할 행동수칙을 술술 읊기도 했다.

“교통에 관심이 많고, 남을 돕는 일도 좋아요. 꿈은 교통경찰인데 공부를 못해서 고민이죠. 경찰이 못되면 교통사고를 수습하는 견인차라도 끌려고요(웃음)”

그의 이같은 선행에 아무런 대가는 없다. 운전자가 그냥 자리를 떠나기 일쑤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뿌듯한 일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찰의 꿈을 갖고 한 발짝씩 전진하는 최 군에게서 `예비 민중의 지팡이`의 듬직한 모습이 묻어났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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