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포항에서 아들이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본지 20일자 4면 보도>한 가운데 가해자 A씨(36)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건을 목격한 주민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2차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했던 만큼,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항 어머니 살인 사건
30대 아들 정신질환 환자
경찰 신속한 검거로
제2의 범행 미리 막아

현행 정신보건법 상
사전 범죄징후 있어도
가족 동의 못 구하면
실질적 예방 조치 못해

20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7시 40분께 북구 죽도동 자택에서 장남인 A씨(36)가 어머니(64)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동생(34)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현재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집 밖으로 도망나온 동생을 발견한 인근 주민의 신고로 출동해 현장에서 A씨를 테이저건으로 제압했지만, 문제는 2차 피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

취재 결과 A씨는 범행을 저지르고서 집 앞 마트에 들어가 점원에게 칼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점원이 안쪽에 칼이 있다고 안내한 뒤 밖으로 피신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고를 부탁했고, A씨는 칼을 들고 나와 이동하던 중 40~50m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검거 시간은 오후 7시 50분으로 신고가 접수된 지 8분여만이다. 만약 경찰의 신속한 조치가 없었다면 흉기를 든 A씨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충분했다.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한 주민은 “경찰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관계없는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며 “A씨가 집 밖으로 뛰쳐나와 검거되기까지 찰나의 시간 동안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살해하기 전 위험징후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에 앞서 오후 5시 4분께 A씨가 행패를 부린다는 초등학생의 신고에 이어 40여분 뒤 A씨 동생의 신고가 접수돼 두 차례나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A씨의 입원을 원하던 동생과 달리 어머니가 입원을 극구 만류하면서 상황이 종료됐고, 고작 2시간이 지난 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정신분열증 남성의 묻지마 살인사건을 비롯해 경북에서도 지난 4월 안동에서 지적장애인 남성이 여고생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묻지마범죄`가 늘어나자, 사회적 안정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경찰관이 자해·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경우 응급입원조치, 행정입원 요청 등 보다 적극적인 경찰조치를 실시할 수 있으나, 대상이 흉기를 소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인 폭행·협박을 가하는 등 명백하고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되는 등 제약이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포항 북부서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들의 사전 범죄 위험징후가 보였다고 해도 가족이 반대하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또 24시간 곁에서 감시할 수도 없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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