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군자 에게선 `수박향`이 난다
수중군자 에게선 `수박향`이 난다
  • 이동구·홍성식기자
  • 등록일 2016.07.19 02:01
  • 게재일 2016.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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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의 맛 모르고 먹지마오
② 오십천의 선물 영덕 황금은어

▲ 영덕 황금은어를 재료로 만든 요리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80)은 은어를 두고 “존재의 시원(始原·사물이 시작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라고 했다. 작가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이란 소설집을 평하며 한 말이다. 은어는 보기 드물게 한국문학사를 대표할만한 평론가와 중견작가로부터 `상찬`을 받은 물고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은어를 높여 추켜세운 건 두 사람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깨끗한 물에서 기품 있게 헤엄치는 은어의 자태에 반해 `수중군자`(水中君子·물속에 머무는 군자) 혹은, `청류(淸流)귀공자`라 불렀다. 게다가 몸통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큰한 수박의 향기까지 품고 있으니, 은어는 `물고기의 귀족`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품격 높은 단맛을 낸다`는 의미로 `스위트 피시`(Sweet fish)라 부르며 많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중국에선 `물고기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하여 `유향어`(有香魚)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 영덕 황금은어를 올려 지은 밥.
▲ 영덕 황금은어를 올려 지은 밥.

영덕은 바로 이 은어가 헤엄치는 오십천(五十川)으로 유명하다. 특히, 오십천에 서식하는 은어는 가슴지느러미에 선명한 타원형의 황금색 무늬가 있어 예로부터 `황금은어`라 불렸다.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은어에 비해 그 형상이 보다 유려한 것.

왕이 나라를 통치하던 시절. 두말 할 나위 없이 가장 좋은 식재료와 진미는 왕이 사는 궁전에 바쳐졌다. `군자의 풍모를 갖춘` 영덕의 황금은어는 조선의 왕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때에 맞춰 은어를 진상하는 것이 영덕을 다스리던 관리들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였다.

요즘처럼 냉장시설이 갖춰진 트럭이 없던 시절. 상하기 쉬운 물고기를 먼 한양까지 가져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황금은어를 제대로 진상하지 못해 벼슬에서 물러난 이들도 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생겨났다.

영덕에서 은어 전문요리점 화림산가든을 운영하는 박재훈(58) 대표는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은어박사`다. 오랜 경험을 통해 직사광선을 싫어하는 은어의 생태를 파악했고, 이를 감안하여 햇살의 각도까지 보면서 낚싯대를 내리는 수준. 올해로 20년째 은어를 직접 잡아 식당을 운영하는 박 대표에게 물었다.

“오십천 황금은어가 다른 지역의 은어와 다른 점이 뭔가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향입니다. 영덕 은어에게선 잘 익은 수박향이 납니다. 사실 전라도 섬진강과 함경도 청진에도 은어는 삽니다. 하지만, 영덕 은어의 향을 따라올 수는 없을 겁니다. 왜 옛날 임금들이 유독 영덕 은어를 즐겨 먹었겠습니까. 바로 향 때문이에요.” 말을 마친 박 대표가 방금 잡아온 은어를 눈앞에 내밀며 “향기를 맡아보라”고 했다. 은은한 수박향이 풍겨오는 듯도 했다.

 

▲ `영덕 황금은어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
▲ `영덕 황금은어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

그렇다면 어째서 영덕 은어에서는 다른 지방의 은어에서 맡을 수 없는 향기가 날까? 영덕은 토질이 좋기 때문에 송이버섯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바로 그 영양분 가득한 흙이 비가 내리면 오십천으로 흘러든다. 여기에 오십천에 쏟아지는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수온이 합쳐져 은어가 좋아하는 `청태`를 잘 자라게 한다. 이 청태를 먹고 자라기에 영덕 은어는 독특한 향을 지내게 된다는 것.

`황금은어`라는 별칭을 얻게 된 영덕 은어의 지느러미 무늬 빛깔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오십천의 깨끗한 수질에서 연유했다. 이처럼 “영덕 황금은어의 역사적 유래와 생태를 알게 되면 누구나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가 추천하는 `최고의 은어요리`는 뭘까? “제가 간장게장에 착안·응용해 만든 은어간장절임입니다. 이걸로 명인 인증까지 받았죠.” 강산이 2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을 은어와 함께 해온 사람이 가장 자신 있게 권하는 요리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맛과 더불어 은어의 영양가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은어는 내장을 빼지 않고 회로 먹는다. 튀기거나, 굽거나, 끓인 것도 내장째 먹기 때문에 버릴 게 없는 생선인 동시에 부족한 칼슘 섭취에 좋다.

또한, 하천의 규조류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내장에 다량의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편도선 관련 질환에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우리가 어릴 땐 손자·손녀가 목이 아프다고 하면 할아버지가 은어를 말려 가루로 만든 걸 먹이곤 했다”고 부연했다.

사실 한국의 산과 강이 적잖게 오염되면서 `청정수`에서만 살 수 있는 자연산 은어의 숫자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 이의 대안으로 영덕군은 황금은어 치어를 양식해 방류함으로써 황금은어가 그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어에 관해서라면 영덕군청 직원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곧 오십천 일원에서 열릴 `영덕 황금은어 축제`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는 군청 공무원 김경훈(42)씨. 그는 영덕을 찾는 관광객과 피서객이 불편함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개인 시간까지 희생하며 일에 몰두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하천과 바다가 있는 우리 군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역에서 힘들게 식당을 꾸려가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은어축제가 영덕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흥겨운 축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김 씨의 얼굴엔 웃음과 땀방울이 동시에 번졌다.

“축제현장을 자연과 어우러지게 만들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진정한 힐링을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죠. 그래서, 축제 프로그램도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준비 중입니다. 물론, 맛있는 영덕 황금은어도 드실 공간을 마련할 것이고요”라는 게 이어진 김경훈 씨의 설명이다.

옛날엔 임금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고, 예술가들의 글과 그림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며,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영양가 높은 요리로도 이름을 알린 은어. 영덕의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황금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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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는 `영덕 황금은어`와 함께

엄마·아빠와 함께 반두잡이 체험
온 가족 잊지못할 추억 만들어요



아이들의 방학과 직장인의 하계휴가가 겹치는 7월 하순. 가족들이 고민에 빠질 시기다.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에서 뭘 하며 보내지?” 이런 질문을 아내와 아들·딸에게 던질 아버지가 있다면 그 답을 영덕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영덕군은 “올해도 어김없이 황금은어와 함께 하는 신나는 여름축제가 영덕읍 오십천 둔치 일대에서 펼쳐집니다”라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진행될 `2016 영덕 황금은어 축제`가 바로 그것.

송이버섯, 복숭아, 대게 등과 함께 `영덕의 4가지 진미`로도 불리는 황금은어. 이 은어를 테마로 한 축제는 지난 1999년 처음 시작됐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시끌벅적한 일회성 공연을 지양하고, 아버지세대에겐 옛 기억을 돌려주며 아이들에겐 흥겨운 즐길거리인 `반두(작대기와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도구)잡이 체험` 등을 도입해 영덕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해온 `황금은어 축제`.

지난해에만 5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영덕을 찾았다. 올해도 축제 준비를 위해 영덕군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돕고,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보다 더 풍성한 프로그램이 `황금은어 축제`를 채운다.

◆황금은어 반두잡이 체험을 필두로 ◆어린이를 위한 물고기 맨손잡기 체험 ◆황토민물고기 맨손잡이 체험 ◆숯불 은어구이 체험 등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4대 체험행사`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고, 축제현장 곳곳에 물놀이 기구를 설치해 더위를 떨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오토캠핑장과 야영장도 마련해 요즘 아이들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야외 숙박`의 매력도 느끼게 해줄 계획이다. 수상 자전거 체험과 수중생태 체험도 주목할 만하다.

피서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확충하고, 영덕이 내세울 수 있는 먹을거리를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군청이 신경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관광홍보관과 지역특산물 판매장도 들어설 예정.

여기에 낭만적인 강변에서의 영화 상영과 신명나는 난타 공연, 통기타와 오카리나 연주에 `황금은어 노래자랑`까지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진다니 이번 여름휴가를 `2016 영덕 황금은어 축제`와 함께 할 가족들은 후회할 일이 없을 듯하다.

관련문의: 054)732-4411(황금은어축제추진위원회)

/이동구·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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