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교육의 현장을 찾아서 (3)

▲ 30℃가 훨씬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산자연 중학교 학생들이 몽골의 사막화 방지 작업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br /><br />/이주형교사 제공
▲ 30℃가 훨씬 넘는 뜨거운 날씨에도 산자연 중학교 학생들이 몽골의 사막화 방지 작업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이주형교사 제공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높아갔다.

한국과 몽골 청소년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소리는 분명 갈등과 분열이 난무하는 이 지구를 구할 희망의 깃발이었다.

시기,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린 지구인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그 깃발을 하늘 높이 매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테러가 판을 치는 이 지구엔 그런 깃대는 없다. 어느 시인은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에 공중에 달 줄 안 그는.”

학생들은 그것을 알기라도 하듯 수직적으로 안 되면 수평적으로라도 깃발을 펄럭이게 하기 위해 더 크게 양국의 노래를 불렀고, 더 신명나게 양국의 악기를 연주했다.

양국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그대로가 희망의 씨앗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비가 없다던 몽골 하늘도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희망의 씨앗이 고사(枯死)하지 않고 잘 발화할 수 있도록 연일 비를 뿌려주었다.

6월 6일! 비록 일요일이었지만 이른 새벽부터 몽골 울란바토르는 한·몽 청소년들의 분주함에 발을 맞춰 같이 분주했다.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푸른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 학생들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죽음의 땅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의 환한 모습과 달리 학생들은 진지했다.

학생들은 화려한 등산복을 입고 장소를 불문하고 고성방가를 하던 어른들과는 달랐다.

몽골은 수도인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말 그대로 원시의 허허벌판이다.

몇 시간을 달리면 간간이 마을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곳 역시 문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사전 교육을 통해 모든 열악한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접하자 조금은 당황했다.

학생들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것은 화장실이었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아주 아슬아슬하게 걸쳐 놓은 화장실은 아래가 훤히 다 보였다.

그런 화장실이기에 문이 있을 리 없었다.

처음에는 난감해하던 학생들은 혹여나 몽골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당황해 하는 모습에 마음이 상할까 봐 최대한 빨리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구름이 최소한 태양만은 가려주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 학생들이 도착한 곳은 바양노르 조림사업장. 몽골어로 `바양`은 `부자`라는 뜻이고, `노르`는 `호수`라는 뜻이다.

즉 바양노르는 호수가 많아서 붙여진 지명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던 호수가 거의 다 말라버렸다.

그래서 사막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사막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NGO 단체들은 바양노르를 최후의 저지선 중 한 곳으로 판각하고 사력을 다해 조림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현지 NGO 단원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양국 학생들의 표정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사

30℃가 훨씬 넘는 뜨거운 날씨였지만 학생들은 시간이 아깝다는 것을 알았다.

보기엔 정말 드넓은 초원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발이 빠질 정도의 사막이었다.

학생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이 심어놓고 간 나무들에 물을 주는 관수(灌水) 작업에 참여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건 양동이 두 개씩이었다. 교사들에게는 물을 긷는 양동이가 주어졌다.

웃음소리 대신 서로를 격려하는 소리가 메아리 되어 바양노르 조립사업장에 울려 퍼졌다.

학생들이 만든 희망의 인간 띠에 사막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고 멈춰 섰다.

사막이 멈춰 선 곳에 다시 푸른 생명이 자랄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