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짜증내던 하은이도 만점
“우리 아이들 너무 달라졌어요”

▲ 지난 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장기초등학교의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로 `5분 생활영어`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No. I`m not. How are you doing?”

앳된 목소리였다. 작고 어린 초등학생 대여섯명이 한 반에 모여 또렷한 발음으로 정규수업과는 별개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Very nice to meet you.”

이번이 벌써 90번째 문장. 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학생들은 선생님께 다음 문장을 연습하자고 조르고 있었다.

“새로운 걸 알아가는 기분이 너무 재미있어요. 한번 연습하면 하나를 아는데 두 번 연습하면 두 개를 외울 수 있어요.”

교장선생님이 입안해 기획
영어문장 5개 말하고 듣는
수업전 `5분 생활영어` 인기

학생들 공부 재미 붙으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실력 쑥쑥

교사와 학부모들 이구동성
“놀라운 변화 실감할 정도”

전교생이 48명인 포항의 작은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배움의 꽃이 피고 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영어 실용교육의 재미에 푹 빠졌고, 이를 바라보는 교사들은 직업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장기초등학교에서는 4개월째 `5분 생활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아침 1교시 시작 5분 전에 담임선생님의 지도로 영어 문장 5개를 말하고 듣는 수업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학생들은 화면에 비친 한글을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누구 한 명 빠지는 학생 없이 모두가 자신 있는 목소리였다.

“미리 예습했어요. 계속 더 알고 싶어서요.”

수업은 올해 초 이성규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이 교장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 습관을 키우고자 영어를 활용하기로 생각했고, 교재 선정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 진행 프로그램까지 직접 만들었다.

당시 강인호 교무부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과 공교육선진화법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교장의 노력을 믿고 따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경쟁심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러나 점점 변해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 교장을 비롯한 7명의 교직원은 매일 5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변화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 비해 보고 즐길거리가 빈약한 농촌의 현실에서 하교 후 집에서 컴퓨터게임만 했던 학생들이 게임을 끊고 예·복습 등 공부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의 변화에 오히려 학교에 전화를 할 정도로 변화가 눈에 띄었다고 이 교장은 설명했다.

“매일 5분만 공부해서는 절대 불가능한 변화입니다.”

강 교무부장은 3월 초만 하더라도 학습능력이 좋지 않았던 재호(4학년)가 1학기 정규평가에서 영어 듣기 문제를 척척 푸는 등 공교육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영어가 마음대로 안 돼 울면서 짜증을 냈던 하은이도 최근 만점을 받았습니다. 정말 많이 놀랐어요.”

학생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성격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한부모가정이나 조모의 밑에서 자라 의기소침했던 학생들은 영어에 재미를 붙이면서 명랑한 성격으로 변하고 성적까지 향상됐다.

또 처음 영어수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한·두 명이 돋보였던 것과 반해, 최근에는 전원이 만점을 받는 등 성적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장은 교직원들의 노력이 작은 학교에서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영어교육을 기획한 것은 제가 맞지만, 교무부장 선생님 등 교직원들의 꼼꼼하고 사려 깊은 관심이 오늘의 결과로 이끌었습니다.”

이 교장은 또 학교가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와 재미만 잘 이끌어주면 사교육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교육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학구열에 불타 혼자서 140번째 문장까지 예습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교사들이 더 공부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웃었다. “학생들에게 습관과 목표를 세우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거죠. 사교육을 비롯한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르치는 교사의 관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작은 시골학교에서 꽃피는 어린 학생들의 변화는 어느 대도시, 어느 부촌의 화려한 교육보다 매순간 기적이 되고 있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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