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포항 6차 산업이 혁신 이끈다
(2)호미곶태양동물농장

▲ 호미곶태양동물농장을 방문한 아이들이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호미곶태양동물농장 제공

“우와! 밤비다, 밤비!”

한 꼬마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사슴`에게로 향했다. 난생처음 눈앞에서 움직이는 사슴을 본 아이는 만화영화 속 사슴 `밤비`를 떠올렸다. 등에 흰 점이 박힌 어린 꽃사슴이 가까이 다가오자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여자아이들은 직접 먹이를 주며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곧이어 만난 돼지에겐 당근을 입에 넣어주며 “맛있어? 많이 먹어”라고 대화했다. 동화책이나 TV에서 보던 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호미곶태양동물농장이다.


염소·사슴·한우·새·곤충 등 다양한 동물 사육
농축산업·건강보조식품에 체험 관광산업까지
경북체험농장 10선 선정, 매년 1천명 이상 방문

◇동물농장 수익 2배 늘어

남구 호미곶면 대보리의 호미곶태양동물농장(대표 문창미)은 포항을 대표하는 6차 산업 현장이다. 1차 농·축산업, 2차 건강보조식품 가공·제조에 이어 체험관광 운영으로 3차 산업에까지 발을 들였다. 단순 농장경영 때보다 수익은 2배가량 늘었다. 6차 산업이 포항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동물농장의 시작은 가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문 대표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장은 우리 가족의 터전이었다. 할아버지가 17살 때 그의 아버지를 도와 호미곶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온 가족이 이곳에 모여 함께 살며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가족이 농사를 지으며 나무를 심고, 사슴을 기르던 집터는 점차 농장으로 변했다. 식구도 늘었다. 흑염소 100여 마리, 사슴 30여 마리와 함께 젖소, 한우, 양, 돼지까지 가축을 키운다. 50여 마리의 새들과 장수풍뎅이 등 다양한 곤충들도 동거 중이다. 이로써 총 면적 1만6천500㎡의 동물농장이 완성됐다.

◇작년 방문자 1천여명 넘어

농장은 지난 2010년 포항시로부터 농촌체험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사슴, 염소로 건강보조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축산물 가공식품 제조기술 시범사업으로도 선정됐다. 2013년엔 경북체험농장 10선에 포함됐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지난 2014년부터는 농촌변화를 이끄는 개척자로 나섰다. 동물축사(1천390㎡), 실내체험교육장(178㎡), 민박시설(2개동 125㎡)을 갖추고 동물 먹이주기, 치즈 만들기를 통해 6차 산업에 도전했다. 1년에 분기별로 한 달씩, 예약제로 체험인원 10명 이상 단체 현장학습을 진행했다. 인터넷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동물농장을 알리는 일에도 땀을 쏟았다. 그 결과 2014년 한 해 동안 동물농장을 찾은 체험관광객은 총 2천271명. 민박 이용객도 150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구제역 통제, 메르스로 인한 폐쇄에도 방문자 수만 1천202명을 기록했다. 특히 아이들 반응이 좋아 주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북적인다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체험장

호미곶태양동물농장의 6차 산업 수익은 약 1억 2천만원이다. 기존에 동물사육 위주의 1차 산업 소득액은 6천만원에 불과했다. 건강보조식품 가공제조 소득과 체험, 민박 운영을 통한 2, 3차 산업 소득이 농장수익을 배로 늘린 셈이다.

여기다 농장 주변의 풍성한 볼거리는 6차 산업의 시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해와 호미곶해맞이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 국립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처럼 포항의 주요 관광명소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애초 주변 환경이나 여건이 좋아 체험농장으로서의 전환도 비교적 빨리 진행됐다”며 “6차 산업을 통해 생업을 유지하면서 소득까지 올릴 수 있어 기쁘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학교 밖 교실을 제공할 수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집터가 배움의 장(場)이 됐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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