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br /><br />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17일 새벽 김모씨가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여성 A(23)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김씨는 다음날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살해 이유로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 것에 화가 나서 A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은 곧 언론과 SNS를 중심으로 `여성 혐오 범죄`로 규정되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 혐오`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언론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 되었을 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라는 점이 더 많이 부각되었으나 이번 주 들어와서는 여성 혐오 범죄이기보다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정리되고 있다. 김씨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고 여성들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증이 심했는데, 최근 약을 먹지 않아 피해망상이 심해졌고, 이것이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피해 `망상`과 `혐오`는 명백히 다른 정신 작용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여성혐오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김씨의 `묻지마 살해`로 인해 반대 성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다. SNS를 중심으로 여성들을 `된장녀` `김치녀` 등으로 조롱하며 비하하는 것이나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에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비판하는 입장과 `여성 혐오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입장들이 일종의 퍼포먼스로 연출되는 장소가 되었다. 많은 여성들이 묻지마 살인을 비난하는 메모지를 남기는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그러한 메모지를 훼손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조화를 보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한국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여성 혐오`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여성의 인권은 과거보다 더 보호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혹은 학교 내의 성폭행 문제나 가정 폭력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는 기관 등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여성 혐오`가 사회적인 공론이 되고, `여성 혐오 범죄`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최근 `시사 In`에서는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 혐오의 원인으로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의 남녀 성비`의 차이를 들고 있다. 한국 여성이 주로 `김치녀` `된장녀`로 비난 받는 것은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상대적인 우위를 상쇄시키기 위한 남성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이것은 여성들이 결혼 시장에서 남성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결과를 낳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여성들을 비하하고 심리적으로 학대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고,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취업한 남성과 미취업 남성의 결혼률이 5배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청년 취업률이 낮은 상황은 많은 청년들이 결혼 시장에서 낮은 경쟁력을 갖게 한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을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여성들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 점은 여성 비하의 주된 논거가 결혼 비용이나 데이트 비용 그리고 남성의 가족 부양이 주로 제시되는 것에서도 뒷받침 된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 혐오`는 남녀 간의 성비 불균형, 높은 실업률,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여성 인권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 문제의 대중적 표현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