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태의 가장 쉬운 영어 말하기 학습법 (하)

본지는 지난달 2회에 걸쳐 포항 출신 박병태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융합교육지원팀장의 영어 말하기 학습법 노하우를 소개했다. 본지의 이번 특집기획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정규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해 검정고시로 수학하는 틈틈이 독학으로 영어 말하기를 정복한 필자의 이력만큼이나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박병태 팀장에게 다시 한번 축하와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하>편에서는 영어 말하기 학습법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놓치기 쉬운 중요한 점에 대해 요약 정리해 본다

취향따라 시각·청각·율동적 학습 적극 활용을
방과 후 자기 주도에 의한 말하기 훈련도 필수.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학습 깊이와 방향을 조절해야

하버드 대학의 가드너교수는 인간의 지능을 논리수학, 언어, 대인관계, 음악, 공간, 신체, 자연탐구, 자기이해 등 8개의 다중지능으로 분류한다. 8대 지능에 대한 검사결과, 언어지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영어공부를 보다 심층적으로 할 수 있고, 영어와 관련된 직업을 염두에 두고 보다 전문적으로 영어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취향에 맞는 학습 자료와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자에 따라 시각적·청각적·율동적 학습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학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각적인 학습자는 그림이나 동영상 자료를, 청각적인 학습자는 음성 자료와 같이 청각적인 자료를 그리고 율동적인 학습자는 신체의 움직임을 영어공부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읽고, 듣고, 우리말 직역하는 감각 길어야

영어와 언어체계가 전혀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쉽게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은 먼저 기본적인 영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초급 독해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그 다음에는 기본적인 영어문장을 의미단위로 나누어 큰 소리로 읽고, 듣고, 우리말 직역을 하며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는 감각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러한 학습법이 저비용·고효율의 유일한 영어 학습방법이 될 것이다.

탁월한 영어실력으로 TOEFL과 GRE(대학원 입학시험)에서 미국 교수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득점을 획득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한국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으나,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던 사례를 언론에서 보도한 적이 있었다. 상기 유학생들은 3년 또는 8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면서 수많은 논문을 작성하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료를 발표, 교수 또는 동료 학생과 끊임없이 영어로 토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교수들은 유학기간 동안 이들의 영어 말하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영어 말하기 능력 향상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인 소리 내어 읽는 능력과 듣고 따라 하는 능력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원어민 보조교사의 효과를 과신하지 말 것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추진하고자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2011년 9천320명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2016년 현재는 5천5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에 1만1천500개의 학교가 있으니, 2개 학교에 1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있다. 이는 예산 부족, 교사의 영어 말하기 능력 향상 등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에 대한 활용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사전 준비 없이 원어민과 대화만 해도 영어 말하기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뇌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필요한 사전 준비란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능력과 듣고 따라 말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 수업시간의 현실적 한계를 제대로 알라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은 연평균 85시간이고 중학교는 113시간이며, 이중 회화수업은 연평균 30시간 미만이다. 결국 1년 동안의 회화수업을 통해 학생 1명이 직접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동안 불과 60분 정도이지만, 다른 과목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더는 영어수업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부족한 회화수업만으로는 영어 말하기 능력의 습득이 전혀 불가능하며, 수업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과 후 자기 주도에 의한 말하기 훈련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는 소리 내어 읽거나 듣고 따라 말하기 훈련에 필요한 학습기기는 너무나 많다.

테이프를 활용할 수 있는 소형 카세트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의한 쌍방향 말하기 기능을 갖춘 최첨단 소프트웨어까지 실로 다양하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 학습기기를 선택해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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