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br /><br />스틸 & 스틸 대표이사
▲ 서정헌 스틸 & 스틸 대표이사

최근 철강업계에 구조조정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지만 정작 우리는 구조조정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는 철강은 그래도 조선 해운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선 해운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철강은 시장의 자율적인 힘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고 정부가 발을 빼는 분위기다. 철강협회는 이러한 정부의 흐름에 맞춰 일단 우리나라 철강 구조조정 현안에 대해 멀리 외국계 컨설팅사에게 물어 보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와 철강협회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 단순히 부실의 규모를 보면 철강이 조선 해운보다 작을지 모르지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철강 구조조정이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선진국들이 자기 입장에서 주장하는 세계적인 과잉의 논리를 지나치게 쫓아가거나 국제경쟁력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 철강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영역에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과잉의 논리에 대한 고민이다. 과잉의 문제는 우리니라 철강산업의 최적규모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최적규모의 기준이다. 철강이 내수중심의 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세계적인 과잉보다는 국내 과잉이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산 수입을 적정규모에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변동에 따른 최적규모도 과잉을 논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호경기를 기준으로 최적규모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불경기를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관점이다. 철강산업의 후퇴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후퇴하면 수요산업 생산활동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철강산업의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첫번째 접근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산업구조상 철강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최적 혹은 최소산업규모를 찾아가는 노력이다.

둘째는 최적 경쟁구도에 대한 고민이다. 철강산업 경쟁력은 경쟁구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적산업규모와 함께 최적경쟁구도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단계와 규모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 이러한 복점적 경쟁구도의 효율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힘든 구조조정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철강사 퇴출이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철강시장의 최적경쟁구도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지막은 개별 철강사 구조조정 속도에 대한 고민이다.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되고 너무 늦으면 철강산업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하는 다양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법정관리나 원샷법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최적의 철강사 구조조정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니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동부제철 구조조정에서도 `최적산업규모` `최적경쟁구도` `최적구조조정 속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동부제철이라는 한 철강사의 구조조정이 산업구조도 바꾸고 경쟁구도도 바꾸기 때문에 한 철강사의 구조조정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이 동시에 고려돼야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