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4)㈜독도무역

▲ ㈜독도무역 윤성근 대표가 산마늘 명이나물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독도무역 윤성근 대표가 산마늘 명이나물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국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은 해적이 소년 짐 호스킨에게 보물섬 지도를 건네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적이 있었기에 소년이 주인공이 되고, 보물까지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청정지역 포항 상옥 등 해발 500m 고지서 재배
낮과 밤 기온차 커 잎이 두껍고 알싸한 향 강해

㈜독도무역 윤성근 대표는 해적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손에 거머쥔 지도를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고 주인공이 되어 직접 보물섬을 찾았다.

윤 대표의 보물섬 스토리는 26년간의 울릉도 생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을 “울릉도와 독도 간 관광여객선인 삼봉호를 최초로 띄운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관광여객선을 모두 팔고 난 뒤 생계를 고민하던 중 불현듯 울릉도 명이나물이 고갈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산마늘 채취에 대한 규제나 단속이 없어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뜯어가 결국 5년 내 사라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은 곧 `지도` 역할을 했다. 윤 대표는 지난 2006년 4월 ㈜독도무역을 설립하고 산마늘을 재배해 채취부터, 세척, 절임, 포장, 판매까지 맡았다. 제조 및 저장 가공시설의 규모는 전국 상위 수준에 달하며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아 지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 대열에 올랐다.

실제로 윤 대표의 예견은 적중했다. 울릉도 자연산 산마늘 생산량은 지난 2010년 500t, 2011년 350t으로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자연산 명이나물은 100t도 채 되지 않아 `완전 고갈됐다`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 독도무역의 산마늘 잎.
▲ 독도무역의 산마늘 잎.

독도무역이 사용하는 산마늘은 포항시 상옥과 학천리, 흥한리 일대에서 재배, 생산된다. 해발 400~500m 고지에서 자라는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잎이 두껍고 알싸한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 맛에 대해 윤 대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무리 맛있다고 거듭 강조해도 직접 먹어봐야 공감할 수 있다. 한 번 맛본 사람들은 `바로 이 맛!`이라고 감탄하며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덕분에 나물이 부드럽고 특유의 매운 풍미가 진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쌀밥을 주먹밥처럼 작게 뭉쳐 산마늘명이로 감싸 초밥처럼 먹는 방법을 추천했다. 싱싱한 회와 잘 어울리고 장어요리와의 호흡도 환상적이라고.

이처럼 맛 좋은 산마늘명이를 만들기까지 그는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4년 이상 기른 뿌리를 3포기씩 심은 다음 1년에 4번 풀 매기 과정을 거친다. 이후 3년이 지나야 산마늘 잎 채취가 가능하다. 나물을 길러 완제품을 손에 얻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해가 갈수록 생산량은 배로 늘어난다. 한 번 기반을 잡아 놓으면 이후엔 비교적 과정이 수월해진다.

이제 윤 대표는 소설 `보물섬`의 해적처럼 지도를 건네 줄 사람을 찾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일반 식당에서 제공하는 명이나물의 80%가량이 중국산이다. 국산 산마늘명이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산마늘 재배 농가가 늘어나 국산 나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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