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대가야의 숨소리를 듣다
③ 딸기, 향기로운 고령의 보물

▲ `내 사랑 딸기농원`  정득상 대표
▲ `내 사랑 딸기농원` 정득상 대표

고령 출신으로 33년간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정득상(58·운수면)씨. 짧지 않은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이제 막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정 씨의 곁에 고령의 특산물인 `향기로운 보물`이 발갛게 빛나고 있으니 바로 딸기다.

지난해 명예퇴직한 정 씨는 `내 사랑 딸기농원 대표`라는 바뀐 명함을 가지게 됐다.

“과학영농을 실현해 일손은 줄이면서도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5천600여㎡의 딸기밭을 어린이 딸기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농원의 재배시설을 보다 과학화·고급화해 딸기체험 전문공간인 동시에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힐링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정 씨는 “공무원 시절보다 수입이 줄었지만 꿈꾸던 2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1989년 도입 `전조재배 기술`로 대량생산
꿀벌도 찾게하는 유기농법으로 품질 제고
연평균 수백t 수출… 농가소득 효자로

실제로 농원엔 아이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방문해 고령 딸기의 달콤한 맛에 매료되곤 한다.

“대가야의 유적지인 고령엔 많은 관광상품이 존재한다. 딸기도 그중 하나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여 전한 정득상 씨.

고령군이 내세워 자랑하는 특산물 중의 하나인 딸기. 딸기의 역사는 저 멀리 고대유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신 프리카에게 바치던 과일이 바로 딸기였다. 성모 마리아 역시 딸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전설도 전해온다. 딸기를 너무나 좋아한 한 여신은 천국을 방문하는 사람의 입술에 딸기즙이 묻어 있으면, 그가 딸기를 훔친 것으로 여기고 지옥으로 보냈다. 맛있는 것을 양보하지 못하는 건 인간이나 신이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재배종 딸기는 유럽과 미국에서 자생하던 몇몇의 야생종을 교배시킨 것으로, 이를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부터다.

그렇다면, 고령에서 딸기 재배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고령군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973년이 고령 딸기 재배의 역사가 시작된 해다. 그해 쌍림면 안림리 600여 평 밭에 딸기모종이 심어졌다. 이후 1980년부터 `반촉성재배`가 일반화됐고, 1982년에는 쌍림면 곽해석 씨 등이 촉성재배를 시작했다.

198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전조재배 기술`은 딸기 수확량을 대폭 늘였고, 이때부터 `고령 딸기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더불어 수출의 길도 열렸다.

1994년 시작된 딸기 수출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본격화됐다. 현재도 고령은 연평균 수십에서 수백 톤의 딸기를 수출한다. 이는 농가소득 증대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 고령군 쌍림면에서 생산된 딸기.
▲ 고령군 쌍림면에서 생산된 딸기.

지난 주말 두 딸과 농장에서 딸기수확체험을 한 이혜미(대구시) 씨는 “딸기가 재배되는 현장에서 직접 딸기를 따보는 경험이라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맛도 새콤달콤 해서 나도 맛있게 먹었다”는 이 씨.

고령에서 생산되는 딸기는 맛뿐 아니라 영양가도 높다. 딸기에 함유된 펙틴(pectin)은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고, 쿠엔산과 포도당 함량이 높아 회복단계에 있는 환자에게 영양을 보충해주기도 한다.

동맥경화와 변비에도 효과를 보이는 딸기는 칼로리와 지방 함유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타민C 보충에는 딸기만한 과일이 없다”는 게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

고령 딸기가 오늘날의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딸기 재배농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가야산 줄기 미숭산과 만대산의 깨끗한 물과 일대의 기름진 흙이 고령 딸기의 맛을 알렸다. 유기농법에 의한 재배도 품질 향상의 요인이 돼주었다”고.

여기에 농약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꿀벌을 통해 수정을 진행하는 것도 고령 딸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양질의 과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고령군의 딸기 재배면적은 경상북도에서는 1위(30%), 전국적으로 보자면 15위(약 3%)다. 하지만, 한국 농촌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령화로 인해 딸기농사를 포기하는 가구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1년 619가구(재배면적 235.8ha)이던 딸기 재배농가는 2005년에는 549가구로 줄었고, 이어 2010년에도 내리막길을 걸어 498가구(206ha)로 감소했다. 지난해 고령의 딸기 재배농가는 385가구로 재배면적은 180ha.

고령군청은 이 같은 딸기농가 감소추세를 “노인가구가 많아지면서 영농포기를 선언하는 집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딸기 재배 중심지역인 쌍림면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대가야읍과 덕곡면은 소폭이나마 재배농가가 늘었다”는 게 군청의 이어지는 부연.

▲ 딸기농장에서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 딸기농장에서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노령화로 인한 영농포기 농가 늘어
노동력 절감 가능한 고설재배법이 대안
딸기체험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 변신

그렇다면 줄어드는 딸기 재배농가를 위한 미래의 대안은 없을까? 경북 농업기술원과 고령군청 등에 따르면 노동집약적인 딸기 재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고설재배법`과 딸기관광체험의 확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설재배법이란 철재 파이프와 상토(모종을 가꾸는 온상에 사용되는 토양) 등을 이용한 벤치시설에서 딸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딸기 재배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쪼그려 앉아서가 아닌 서서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 재배법이다. 이를 통해 노동력과 시간은 절감하면서, 품질과 수확량은 획기적으로 높였다.

딸기체험관광은 딸기 농사를 단순한 1차산업에서 고부가가치의 혁신적인 산업으로 변화시켰다. 대구 등 인근 대도시의 가족단위 나들이객을 딸기농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체험관광은 대가야박물관과 지산동 고분군 등 고령 문화유적과의 연계관광으로도 유명해지고 있다.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척 한 사람은 “거기서 딸기를 먹어보고는, 한국의 딸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됐다”는 말을 전했다. `사람의 몸과 사람이 살아온 땅은 본래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란 이럴 때 사용되는 게 아닐까.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고령 딸기의 달콤한 향기가 바로 곁에서 풍겨오는 듯하다.

 

▲ 고령군 개진면에서 수확한 감자
▲ 고령군 개진면에서 수확한 감자

낙동강변 사질양토가 품어 기른 개진감자

高녹말함유량에 입소문으로 유명세
`경북우수농산물` 상표까지 획득
군 블로그서 다양한 요리법 소개

저 멀리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칠레와 페루. 그곳 안데스산맥에서 태어나 경북 고령군 개진면으로 이주해 와서 이름을 드높이는 농작물이 있다. 술을 만드는 알코올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1800년대 중반 극심했던 `아일랜드 대기근` 때는 수백 만 명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고, 구하기도 한 이것은 뭘까? 그렇다. 바로 감자다.

낙동강변의 사질양토(沙質壤土·진흙이 비교적 적게 섞인 보드라운 흙)에서 재배되는 까닭에 씨알이 굵고 깨끗한 흰색을 드러내는 고령 개진감자는 녹말 함유량이 높아 전국에서 최고 품질로 자타가 공인한 농작물이다.

고령군 개진면과 성산면 등의 지역은 낙동강 동쪽 경계를 따라 곡류하는 강물이 형성시킨 충적토가 넓은 평야를 만들어냈다. 개진감자는 바로 이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다. 외부적 조건이 감자 재배에 그저 그만인 지역인 것.

농업전문가들에 의하면 “큰 하천이나 강의 하류지역은 유기질이 풍부하고, 토양입자가 미세해 감자와 양파, 마늘 등의 재배에 최적지”라고 한다. 여기에 고령은 구릉지역으로 이루어져있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내륙이라 일교차가 큰 것도 감자가 제 맛을 내기 위한 최상의 조건에 부합한다.

고령에서 감자가 주로 재배되는 곳은 개진면과 성산면, 우곡면이다. 이들 지역은 낙동강 연안으로 고령의 동쪽이며 대구시 달성군과 인접해있다. 품질 좋은 감자를 생산하는 이들 지역을 홍보해 판로를 개척해주는 일등공신은 `고령군 블로그`. 고령에서 수확된 감자의 특징과 효능, 성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블로그는 감자를 이용한 각종 요리도 소개하고 있어 방문자들에게 인기다.

`들깨감자옹심이`와 `감자영양밥`은 고령군이 개발한 `대가야진찬`의 주요 메뉴이기도 하다. 이러한 요리의 주요재료인 고령 감자는 2005년 `경북우수농산물` 상표를 획득했다. 이후 군은 농가의 소득증대에 보탬이 되고자 집하장 및 자동선별시설 설치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개진면과 성산면 등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먼저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탔다. `고령 감자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TV 등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18.5%)”는 답변보다, “먼저 먹어본 주위 사람의 평가를 들었다”는 대답이 42.0%로 훨씬 높게 나타난 것.

감자는 철분과 비타민C가 풍부하고, 칼륨과 식이섬유도 듬뿍 담고 있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오늘 저녁엔 `건강밥상`을 떠올리며 고령 개진감자로 감자국, 감자조림, 감자볶음 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전병휴·홍성식기자

    전병휴·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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