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김만용 박수년홀` 선사
결혼 2년여만에 6·25참전 남편과 영영 생이별
평생 모은 12억원 맡기며 남긴 소박한 소망
범어도서관 시청각실 현판 바꾸고 헌증

▲ 평생을 모은 전 재산을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증한 박수년 할머니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뜻깊은 홀인`김만용 박수용 홀`의 현판 모습.

3일 대구 수성구 범어도서관 지하 1층 시청각실에 생소하지만, 뜻깊은 홀 명이 등장했다.

바로 `김만용 박수년 홀`이 그것.

이곳은 지난 3월7일 평생 모은 재산 12억원을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에 6·25 때 전사한 남편 이름으로 기부한 80대의 박수년 할머니의 소원이 담겨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기부 당시 박 할머니는 평생을 모은 재산 전부를 기증하면서 결혼한 지 2년여만에 6·25전쟁에 참전한 후 영원히 이별한 남편 김만용, 그 이름 석자만은 꼭 남겨달라는 소박한 소망을 하나 밝혔다.

이에 수성구도 박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흔쾌히 범어도서관에 시청각실로 불리던 곳을`김만용 박수년 홀`로 선사했다.

이는 최근 대구지방보훈청이 홀 명을 애국독립지사를 기리기 위해 명명한 것 이외에 공공기관 시설물에 인명을 딴 기념공간을 만드는 것은 아주 드문 것으로 수성구청 36년 역사에서 처음 시도됐다.

김만용 박수년 홀은 140석 규모로 명사들의 강연을 비롯한 영화 상영 등 주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박 할머니의 남편을 기리는 애틋한 마음을 최대한 담은 현판 안내문도 부착했다.

박 할머니의 남편을 기리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수성구는 현판의 경우 한글 서예가로 유명한 혜정 류영희씨의 친필을 직접 받아 품격을 높였고 현판 안내문도 현판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전문 디자이너의 손길도 담았다.

특히 현판의 글씨는 영원히 변치 않는 황금색으로 정해 박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우리 모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 수성구 4일 박수년 할머니를 초청, 범어도서관에서 현판식을 가질 예정이며 어버이날을 맞아 장학재단이사장이 한복을 선물하고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계획이다.

물론 안상규 이사를 비롯한 장학재단의 임원들도 고마운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하며 의미를 더하기로 했다.

공식적인 현판 행사를 앞두고 미리 이곳을 둘러본 박수년 할머니는 “오랜 세월 고단하고 힘들게 살았으나 이제는 여한이 없다”며 “이진훈 수성구청장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은 “`김만용 박수년 홀`은 영원히 그 이름을 빛낼 것이고 박수년 할머니의 가슴에 맺힌 한을 이렇게나마 풀어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인자수성의 참 모습을 일깨워준 두 분의 숭고한 삶과 아름다운 용기는 언제까지나 우리들의 가슴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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