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 기간산업이 지금 위기다. 조선 3사의 지난달 수주액은 0이었다. `주문이 넘쳐 미뤄가며 배를 만들던` 옛시절이 꿈만 같다. 우리가 게을러서도 아니고 경영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세계 경기가 내려앉으니 도리가 없고 IMF 때 우리가 보유했던 선박을 모두 팔고 남의 배를 빌렸으니 일은 없는데 용선료는 계속 내야 한다. 중요 기간산업이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으로 명줄을 이어왔지만 그것도 한계에 왔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난국을 헤쳐나가도 모자랄 판에 내부적 분란까지 겹친다. 야당들은 이를 `비판·심판`의 표적으로 삼고 노조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고 한국은행은 정부와 엇박자를 놓는다. 도무지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야당이 발목을 잡고 공격하는 것은 `정치생리`가 그러니 그렇다 하더라도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이 남의 일 보듯하는 자세,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자 야당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한은 총재가 국가적 위기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을 한 것은 다행이나 그것도 언론들이 일제히 “잘못한다” 비난을 하니 `여론에 등 떠밀려` 태도를 바꾼 것이라 보여져 “중앙은행의 소신은 무엇이냐” 묻고 싶다. “정부 재정이 할 일이다” “한은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적 동의를 받아오라” 등등 `안 되는 방향`으로 몰아가던 중앙은행이 돌연 `소신`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고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척하면서 어영부영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두 야당은 “지난 수년간 경제 위기를 방치해 온 정부가 이제 와서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말하지만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만 했지 “그러니 이렇게 하자”는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심지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양적완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정부가 곤경에 처하니 고소하다는 것인가. 강봉균 경제통은 평생 경제정책을 다룬 베테랑이고 `양적완화`는 그가 내놓은 해결책인데 야당들은 `대안 없는 비판`만 쏟아냈다.

`양적 완화`의 한 방법인 `코코본드`가 유력하게 제시됐다.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는 채권이다. 코코본드는 법률 개정 없이 한은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보증이 필요하다. 이 방법이 결정됐다 해도 장애물은 또 있다. 바로 선주들과 벌이는 용선료 협상이다. 정부가 5월 중순까지로 시한을 정했는데 그동안 용선료가 깎이지 않으면 채권단이 지원을 해봐야 선주들 배만 불릴 뿐이라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불어터진 국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