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현 편집부국장
▲ 임재현 편집부국장

드디어 5월이다. 정부가 임시공휴일까지 덤으로 줘 푸근한 마당에 고맙게도 첫날까지 일요일이었다. 도무지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던 2016년의 4월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2월부터 꼬박 3개월 가까이 길게도 이어졌던 캄캄한 선거의 터널. 정파적 입장에서 여야의 대·소나 후보의 당·락 여부를 떠나 그 과정만 놓고 본다면 이번 제20대 4·13총선은 부끄러운 우리 시대의 민낯이었다.

중앙과 지역 모두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무참함의 근거는 대략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여당 내 계파 패권주의의 광포가 온 나라를 유린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활짝 열린 SNS의 공간을 흑색선전이 보란듯이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며, 마지막은 포항에 그늘을 드리운 과거 회귀의 섬뜩함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정책선거, 인물선거의 여망을 비웃은 흑색선전이라는 유령은 이번에 `섰다판`같은 흥행에서 간단하게 재미를 본 기세를 몰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거판을 배회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다른 지역은 제쳐두고라도 지난달 29일 포스코 청송대에서 촬영된 사진만 보더라도 경북동해안의 총선 시기에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어떤 일에 시달렸는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날, 지역 시장과 군수에게 초청된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당이 같다는 점, 그리고 예외는 있지만 극심한 마타도어의 희생양이 될뻔한 후보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날 불참한 울릉군수를 제외하고 범위를 넓혀 2년 전 지방선거를 치른 시장군수까지 살펴보면 최양식 경주시장과 이희진 영덕군수 역시, 지난 선거는 곧 치욕의 뼈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

다시 돌이켜보자면 검찰의 발표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번 선거는 흑색선전이 금품살포를 부정선거혐의의 1순위에서 밀어내린 첫 무대였다. 선거의 현장에서 속속들이 확인한 이 음모의 작동기제에는 이번에도 어김 없이 황색언론이 등장했다. 문제는 예의 그 지역 기반 매체의 `공포탄형 폭로`경쟁에 서울에 사무실을 둔 신설 인터넷 미디어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매체 이름도 어중간한 중앙지를 차용하는 등 후광효과까지 동원해 저간의 물정에 어두운 지역 유권자들의 눈귀를 현혹시켰다.

이들의 기사는 몇가지 팩트를 그럴 듯하게 짜맞춰 타겟이 된 후보가 마치 엄청난 음모라도 저지른 듯이 엮어 내는 수법이 영락 없는 OEM(주문자 생산)방식이다. 하이에나 매체들은 이번에 주로 새누리당의 당내 경선에서 일부 친박 예비후보들에게 경쟁적으로 고용됨으로써 선거를 더 없이 혼탁하게 했다. 어쨌든 이번 흥행에 재미를 본 것으로 호가 난 이들의 전횡은 앞으로 다가올 선거마다 어김 없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 이들과 합세해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 선거문화에 대안의 역할이 기대됐던 SNS는 이번 선거에서 부정총포류로 전락했으며 그 탄환은 황색언론의 기사가 맡았다.

이런 북새통 속에서 선거 상황을 기회로 포항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따져보자는 뜻을 세웠던 이들의 꿈은 뒤로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포항의 선거에서 바람직한 정책경쟁은 일찌감치 사라지고 없었다. 4년마다, 2년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선거의 경험은 몸서리 쳐야 하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의 승리냐, 패배냐를 넘어 지역이 가까운 미래에 공동으로 책임지고 갚아야 할 리더십의 위기, 발전적 에너지의 고갈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거를 만들 것인가? 이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모두가 학습해야 할 대상이다. 상대 후보의 부정비리 의혹을 지적한 후보와 팩트의 그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끝까지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 결과, 어느 한쪽의 책임이 드러난다면 이를 널리 알리고 다음 선거의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 인간에게 때로는 아픔도 힘이 되듯이 선거 트라우마는 극복하기에 따라 지역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