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들과 `아가씨` 제작보고회
韓영화 4년만에 칸 경쟁 부문 초청

▲ 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호텔서울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박찬욱 감독, 김태리, 하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아가씨`가 그 베일을 벗었다.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박찬욱 감독과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 주연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가씨`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하정우)과 하녀(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히데코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이지만 세상 물정에 무지하고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인물이다.

외로운 히데코는 어느 날 찾아온 하녀 숙희에게 의지하게 되나 숙희는 전설적인 여도둑의 딸이자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다.

히데코를 속여 결혼하고서 그의 재산을 가로챌 계획인 백작으로부터 도와달라는제안을 받아 히데코에게 접근한 것.

백작은 일본인 귀족이기는커녕 무당과 머슴 사이에 태어난 비천한 출신으로, 영리한 머리와 노련한 처세술,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무장한 사기꾼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제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대사가 많고 굉장히 아기자기한 영화”라며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해 제 영화 중 제일 이채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전작이 “말보다는 행동이나 미장센으로 많이 표현된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현대 일상의 표현에서 벗어난 수사가 동원되고 멋들어지고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대사를 마음껏 해봤다”며 `대사가 많은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는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 `올드보이`(2003)의 프로듀서이자 `올드보이`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할 것을 처음 박 감독에게 제안한 임승용 프로듀서가 이번에도 `핑거스미스`의 영화화를 권했다.

박 감독은 “`핑거스미스`를 읽고 나서 완전히 반했다”며 “각색한 작품을 원작자에게 보냈는데 작가는 자기 작품과 상당히 다르니 `based on`보다는 `inspired by`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원작자인 세라 워터스와의 일화를 전했다.

그는 “자기 것과 꽤 다르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면서 사건의 무대를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1930년 일제강점기의 조선으로 옮겼다.

신분제도가 남아 있으면서도 정신병원이라는 근대 기관이 등장하는 시대, 봉건질서가 유지되면서 다른 한편 자본계급이 등장하는 시기를 생각하면 그때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 감독은 “한국과 일본, 일본을 통해 들어온 유럽, 이런 것들이 공존하면서 어떤 때는 조화롭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색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세계를 묘사하는 시점으로 그때가 좋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가씨`는 한국영화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4년 만에 초청된 작품이면서도 박 감독으로서는 세번째 초청이다. 그는 `올드보이`로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제6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대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예술영화가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 정도로 제 영화는 명쾌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해피엔딩이고 모호한 구석이 없는 후련한 영화”라며 “그런 영화제는 찜찜하고 모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나. 그 사람들(심사위원들)이 제 영화를 어떻게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아가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제작보고회에 3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