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농식품 강소기업을 찾아서
(13)㈜자연스레

▲ 포항시 북구 우현동의 ㈜자연스레 매장 내부 모습. 천연염색한 의류 및 각종 소품이 진열돼 있다.
▲ 포항시 북구 우현동의 ㈜자연스레 매장 내부 모습. 천연염색한 의류 및 각종 소품이 진열돼 있다.

천에 자연의 색(色)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과 정성뿐이다. 감물에 내고 햇볕에 염색천을 널어 두고도 계속 물을 줘야 하는데,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 꼬박 정성을 쏟아야 한다.

시간과 정성으로 천에 자연의 色을 온전히 담아
의류·가방·스카프·넥타이 등 다양한 제품 생산


천연염색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자연스레(대표 전경춘)는 나눔에서 비롯된 `착한기업`이다. 포항나눔지역자활센터의 자활사업으로 출발해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모여 지난 2008년 북구 흥해읍 옥성리에 천연염색 공방을 꾸렸다.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의 자활능력을 키우는데 버팀목이 돼 주는 사회적기업이다.

전경춘 대표는 “자활사업단을 통해 천연염색 기술을 배워 `자연스레`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서 자립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라며 “나 역시 생활고를 겪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 자연스레`를 검색하면 기업이나 제품 관련 홍보 대신 후원금, 장학금 전달 소식이 수두룩 나열된다. 취약계층 보호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판매 수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이러한 나눔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한다고.

그는 “지난해 어버이날 기념으로 브로치 300~400개를 만들어 천연염색 체험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또 요청이 들어왔다. 최근에는 매달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장학금 마련을 위해 바자회를 열고 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놀랍고 감사했다. 매번 느끼지만 나눔은 정말 좋은 일이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것과는 달리 목적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의 대표상품으로는 의류와 가방, 지갑, 모자 등이 있다. 스카프와 넥타이는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운 것은 의류제품이다. 옷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인데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고 속옷도 덩달아 인기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기능성까지 지녀 주로 40~50대 연령층에서 즐겨 찾는다. 제품 구입 후 천연염색을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 ㈜자연스레 전경춘 대표.
▲ ㈜자연스레 전경춘 대표.

㈜자연스레는 최근 우현동에 판매 매장을 하나 마련했다. 기존의 흥해 사업장은 천연염색 체험장으로 운영한다. 전 대표는 “사람들 눈에 띄고자 읍에서 동으로 나왔다. 제품이 알려지고 잘 팔려야 일자리를 만들고, 또 수익이 나야 더 많은 사람들을 계속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목적 없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최근 전 대표는 바라는 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아직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지 않아 관심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다. 조바심은 내지 않는다. 상호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레 사회적기업의 나눔에 동참해 주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는 천연염색 체험장을 문화관광 상품과 연계해 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불리고 찾는 기업이 되길 꿈꾼다.

전 대표는 “어떤 일이든 마음가짐에 따라 의미를 지닌다. 사회적기업의 물건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에 동참하는 셈이다. 우리 이웃이 만든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하나의 기부활동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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