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결과로 본 TK정치지형

▲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대구 북구을 선거구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무소속 홍의락이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김진란씨와 함께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는 야권후보 2명, 무소속 후보 2명 당선, 경북은 새누리당 싹쓸이 당선. 20대 총선 TK지역 성적표다.

19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지역 선거구를 싹쓸이한 새누리당이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대구지역 야권 후보 2명에게 의석을 내주는 최대 이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텃밭이었던 대구지역에 야당의 씨앗이 뿌려지는 일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 공천파동으로 민심이탈 현상을 빚으면서 탈당후 무소속 출마한 후보들이 대거 생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작 생환한 사람은 대구 동구갑의 유승민 의원과 대구 수성을 주호영 의원 2명뿐이어서 막판 새누리당 읍소작전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부겸, 여야 잠룡대결서 김문수 꺾고 대권주자 부상
더민주 탈당 무소속 출마 홍의락 금배지도 최대 이변
최경환, 지역리더로 당권 도전·정국주도 가능성 높아

△야권 의원 배출이 최대이변

이번 총선 결과 가장 주목을 받을 후보는 두말할 필요없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의락 무소속 후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더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교두보를 확보함에 따라 동서로 양분됐던 지역구도를 크게 희석시키고,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변화가 현실화됐다.

대구지역에서 30여년만에 야당출신 국회의원을 2명이나 배출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김부겸 후보의 승리는 단순히 `지역주의 타파`라는 상징성을 넘어 향후 대권 구도에도 큰 변화를 예고할 전망이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정권의 심장 대구에서, 그것도 대구의 정치 1번지 수성갑에서 승리하면서 단번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게됐다. 더구나 김부겸 후보가 지원해온 홍의락 후보까지 당선돼 대구가 `야권의 새 둥지`로 떠올랐다.

△여야 잠룡 대결…김부겸 승리

여야 대권후보가 맞붙어 여야잠룡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던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후보가 4년간 지역곳곳을 누비며 표밭을 다져온 더민주의 김부겸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문수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파동의 악영향을 그대로 내려받는 바람에 별다른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3선의원으로서 경기도지사를 지낸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는 고향인 대구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대권도전에 나설 심산이었으나 이번 총선 패배로 인해 대권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반면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그중에서도 `대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에서 여권 잠룡으로 꼽혀온 김문수 후보를 꺾어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았다. 김부겸 후보는 영남출신으로서 야당 대권주자로 급부상함에 따라 20대 총선에서 `포스트 노무현`으로 인기상종가를 치게됐다.

△`진박 후보`의 성적표

이른바 `진박 후보`의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진박후보 3명이 모두 당선됐기 때문이다. 먼저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진박 중의 진박`으로 꼽히는 정종섭 후보가 친유승민계로 불리는 류성걸 후보를 꺾었고, 역시 진박후보인 추경호 후보는 무소속 구성재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대구 중·남구의 새누리당 곽상도 후보 역시 더불어민주당 김동열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이같은 진박 후보들의 성적표는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이 담긴 공천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조차 외면받을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은 상황에서 진박후보들이 모두 국회에 진출,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선거 막판 새누리당의 반성과 읍소 모드가 이들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그라든 유승민계 백색바람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백색 바람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미풍에 그쳤다.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을 중심으로 무소속연대를 결성했던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이 백색바람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총선과정에서 무소속 연대를 결성했던 류 의원과 후보와 권 후보가 모두 생환하지 못하는 바람에 리더쉽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이로써 유승민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수족(手足)이 다 잘려나간 상태에서 홀로 공천을 받은 이재오 의원의 모양새와 비슷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인은 김무성 의원의 옥새파동으로 새누리당이 공천자를 내지않음에 따라 공천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됐으나 측근이었던 김희국(대구 중남구)의원이 공천배제된 후 불출마했고, 권은희(대구 북구갑)·류성걸(대구 동구갑) 의원이 무소속출마를 강행했으나 생환할 수 있도록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3선의원으로서 공천에서 배제되자 반발, 무소속출마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친유승민계 무소속연대에는 편입되지 않는다. 주 의원이 친유승민계가 반박근혜 노선이라면 자신은 친박근혜노선이라며 무소속 연대 합류를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차기 새누리 TK리더 누가 되나

이번 총선으로 향후 TK리더 자리를 다툴 의원은 4선 의원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무소속 유승민·주호영 의원, 3선 의원인 강석호·이철우·김광림·조원진 의원 등이다. 특히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은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TK맹주 자리를 놓고 사실상 경쟁해 왔다. 그러나 친유승민계 의원이 탈당후 무소속 출마한 대구 동갑과 북갑 선거구에서 모두 낙선,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유승민 후보가 리더쉽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최경환 의원이 TK지역 리더로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다만 최 의원 역시 `진박 마케팅 역풍`으로 일정 부분 내상을 입은 상태여서 정치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렇다해도 유승민 의원이 국회 입성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복당을 모색할 것이 확실시되며, 그러는 동안 최 의원은 TK를 대표하는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며 당권 도전에 나서 정국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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